<기고> 농촌진흥청 재해예방공학과 김민영 연구사

IT강국인 우리나라가 정밀한 물 관리기술 개발 선도해나가야

▲ 김민영 농촌진흥청 재해예방공학과

벌써 논에는 모내기가 끝나가고,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감자, 고추, 호박 등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손바닥만 한 자투리땅에도 콩, 들깨, 참깨 할 거 없이 빼곡히 작물이 자리 잡고 있다. 농번기를 맞은 농촌의 부지런함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수줍게 터뜨린 꽃망울을 아쉬움과 함께 떨어뜨려 보낸 블루베리는 열매의 몸집을 키우기에 바쁘다. 작은 구슬만 했던 크기도 몇 주 만에 콩알만 해졌으니 바라보는 농민의 마음이 이보다 더 흐뭇할 수 있을까.

알차게 열매를 맺도록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을 어떻게, 얼마만큼 주느냐는 것이다. ‘물 농사가 반 농사’라는 말이 있듯이 작물재배에 있어서 물 관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 블루베리는 노지나 분재배 형태로 재배가 되는데, 뿌리 구조가 물을 저장할 수 없는 실뿌리로 돼 있어 건조에 매우 약하다. 게다가 블루베리 재배 상토와 포트 또한 통기성을 강조한 구조이다 보니 쉽게 마르게 된다. 따라서 물 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나무들이 말라죽고, 잎이 갈색으로 타버릴 뿐만 아니라,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따라서 한참 알이 굵어지고 색이 드는 지금의 물 관리가 1년 중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블루베리는 점적관수, 스프링클러, 물 호스 등 다양한 방법들이 이용되고 있어 물관리가 쉬울 것 같지만, 보통 노지재배를 하고 있어 기후에 따라 주는 물의 양이나 관개 횟수를 달리해야 한다. 게다가 물을 줄 때도 하루 한 번에 주는 것이 아니라 절반 혹은 몇 차례 나눠서 시간차를 두고 줘야 하는 등 물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보통 영농현장에서 물주는 시기를 결정하는 방법은 작물이나 토양의 상태를 눈으로 보거나 흙을 손으로 꽉 쥐었을 때 손바닥 전체에 느껴지는 감촉으로 판단하곤 한다. 이렇듯 대부분이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농작물이 필요한 시기에 적당한 물을 주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똑똑하고 효율적인 물 이용기술의 필요에 따라, 최근 IT기술력을 융합한 관개시스템이 개발돼 성공사례들도 꽤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재배환경 제어가 쉬운 시설재배에 집중돼 있다. 노지 밭작물에 있어서도 요구도가 높으나 정밀 물 관리 기술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시설재배용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없다. 선진 외국에서도 정밀 물 관리 기술 개발을 위해 실시간 작물 수분관리나 원격 제어시스템, 수액유량센서, 원격통신, 화상처리시스템 등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촌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오늘도 농촌 들녘은 땅을 일구고 보살피는 소리로 가득하다. 머지않아 알아서 물을 주는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이 개발되겠지만, 외기나 작물, 토양상태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관개하는 노지 정밀 물 관리 기술 개발을 IT강국인 우리나라가 선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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