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코레일, 철원군과 함께 유커 농촌관광 새장 열어

▲ 철원지역의 농촌관광을 마친 유커들이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열차를 타기 전 환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국내 농업인 실익지원 예산 유커에 지원...예산 낭비 우려도
새로운 농촌관광 수요처 발굴 의도는 좋지만
덤핑관광에 보탠 공짜관광 지적도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 130명이 본격적인 한국 농촌체험관광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농협과 농식품부, 코레일과 철원군이 함께 한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5일 서울역에서 유커 농촌관광 출범식을 갖고 관광열차인 DMZ트레인 평화열차로 백마고지역에 도착, 철원군에서 제공한 관광버스로 강원도 철원의 체험마을인 두루미평화마을로 이동해 한국농촌을 체험하며 유커 농촌관광의 새장을 열었다.

환영식에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이정삼 농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올해 800만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수도권에 쏠려 있는 유커를 지방과 농촌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한국 농촌관광 활성화의 필수 요소이고 농촌 6차산업화의 성장 인프라로 만들 수 있는 큰 기반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 박태식 농협중앙회 상무

박태식 농협중앙회 상무도 “중국인 관광객을 국내 농촌관광으로 유도해 한국 농촌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한국 농촌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의 홍보와 판매를 통해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철원군에서 양성한 농촌체험관광해설사로 유커 안내에 나선 이명순 철원읍생활개선회장은 “외국인 몇 그룹씩이 고석정, 제2땅굴, 노동당사 등 철원의 관광지를 찾는 경우는 있었지만 철원에 이런 규모의 유커들이 한꺼번에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반겼다.

유커 철원 관광의 통역을 맡은 결혼이주여성인 백영애 씨는 “한중 양국에 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해 다문화여성의 일자리 창출로 농촌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커들은 철원오대쌀로 떡메치는 인절미만들기와 순두부 만들기 체험, 전통 막걸리를 마시면서 한국 농촌의 정취를 즐기는 색다른 경험에 흥겨워했다.

유커에게 한국 농촌관광은 매력적인가...
이번 유커들의 농촌관광은 국내 경복궁 명동 남대문시장 제주도 위주의 편중된 한국관광에서 전국으로 관광지를 확산하는 관광시장 개척에 의미가 있다. 정부는 유커 1000만 명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수가 6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들이 소비한 돈은 14조 원에 달한다. 유커 유치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유커의 한국관광에 대한 만족도는 16개국 가운데 14위로 최하위 수준이며 재방문율도 20% 수준에 머문다, 원인은 유커가 원하는 ‘다양하고 알찬 한국 체험’의 부족이고, 이런 의미에서 이번 유커 농촌체험관광은 다양성을 보여줬다.

얼마전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유커들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일본(39.6%)· 미국(31.4%)·뉴질랜드(26.8%)·호주(25.6%)순이었다. 일본이 첫 손꼽힌 이유는 엔저로 여행비가 싸진 영향도 있지만 일본의 전통 먹거리인 스시나 료칸 체험 등이 유커의 호기심과 힐링체험을 만족시켰다는 보고가 있다.

김현진 농협 농촌지원부 차장은 “유커들이 원하는 힐링관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한국의 농촌체험마을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농촌은 전통의 안심 먹거리의 풍족한 제공과 순수한 인정을 나눌 수 있기에 가능성이 많다.”고 들려준다.

일회성 행사 아닌 지속적 유치 방안은?
농촌다문화여성 통역 활용...농촌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제기
농촌여성 농촌체험관광해설사... 지역 안내와 홍보 돋보여

파주의 산머루체험농장의 와이너리체험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양평의 가루매마을, 외갓집마을, 이천의 자채방아마을 등에서도 외국인 대상의 김치만들기와 장류체험이 이미 계절에 맞춰 진행 중이다. 영동 와인열차를 활용한 영동와이너리 체험 역시 농촌관광에 외국인 관광을 접목해 ‘다양하고 알찬 한국 체험’을 하는 곳이다. 강원도 양양의 농가맛집 달래촌의 경우는 양양공항을 이용한 유커들의 힐링 여행을 이미 수년전부터 계획하고 치유 힐링센터를 짓고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는 등 유커 농촌관광에 대비한 인프라 여건을 갖췄다. 기존의 농촌체험마을도 영어와 중국어 안내문 등 조금만 신경쓰면 외국인 대상 체험관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도 많다.

15일, 철원 농촌관광체험을 마친 후 유커들도 “한국의 농촌이 공기 좋고, 음식 좋고, 사람도 좋았다”며 큰 만족감을 표시했고 단지 중국어 안내문이 없어 불편했다고 얘기했다.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농협은 유커 농촌관광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중국 농협의 협조로 중국 농협 워크숍 행사 때 한국의 농촌관광과 연계, 중국 농업인들의 한국 지역농협의 상호금융 벤치마킹 프로그램에 한국농촌관광 지원, 증평의 농협한삼인 공장 견학프로그램에 유커참여로 품질 좋은 한국산 인삼을 정직한 가격에 구매하게 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유커의 농촌관광과 한국산 특산물 판매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철원 두루미평화마을에서 농업인들이 직접 재배하고 판매하는 농특산물을 쇼핑하고 있는 유커들. 특히 들기름과 꿀 종류에 관심을 보였다.

유커 농촌관광의 문제점은?
하지만 유커들을 맞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특정 업체에 쏠리는 것은 경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130명의 유커들은 모두 농업용 비닐 등을 생산판매 하는 (주)일신화학공업의 중국 공장 내 관계자들로 워크숍을 포함한 전체 4박 5일간의 일정 중 하루를 철원의 농촌관광으로 보냈다.

하루 관광 비용 중 코레일 열차와 점심을 포함한 체험비를 농협에서 지원했고 철원군은 차량 지원, 관광지 입장료와 중국어통역과 철원 체험관광 해설사 지원했다. 한마디로 유커들은 모두 공짜로 하루를 즐겼다.

특히 농협은 앞으로 농업인 실익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농촌관광사업에 중국 농협 관계자와 중국농업인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농촌관광 활성화에 목적이 있다지만 국내 농업인의 실익지원에 들어갈 예산이 유커의 농촌관광에 지원되는게 타당한지, 가뜩이나 유커 문제로 지적되는 ‘덤핑관광에 한술 더 뜬 공짜관광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 유커 농촌관광의 목적이 농촌경제 활성화에 있다면 유커가 지갑을 열 매력적 상품의 개발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다양한 지역의 유커 맞춤형 농특산물을 개발하고 전통문화 체험, 지방 축제 등 볼만한 관광 자원을 개발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한다면 유커의 한국 농촌관광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란 평가다.

무엇보다 한국의 농촌지역인 철원을 유커에게 알리는데 최선을 다한 농촌체험관광해설사들과 통역을 맡은 결혼이주여성 등 농촌여성들도 최상의 궁합으로 유커 농촌관광을 빛낸 수훈갑이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