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농촌진흥청 분자육종과

▲ 이연희 농촌진흥청 분자육종과

당장 눈에 보이는 기술보다
미래 대비할 농업기초기술에
지속적 관심과 투자 필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먹거리를 안정하게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 나라의 식량 부족은 경제·사회·정치 등 모든 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최근 들어서 세계 식량공급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들로 식량안보 위기에 부딪히면서 식량전쟁을 하고 있는 현실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세계 식량 부족과 가격 상승의 대표적인 요인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불안정한 식량생산이다. 또한 중국·인도 등 신흥공업국들의 인구 증가와 더불어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기 등의 육류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 동물 사료작물의 수요 증가로 곡류 수입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돌발 병해충이나 가축 질병 등도 식량 위기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중반부터 육류 소비 증가 등의 이유로 곡물이 수입되면서 식량 자급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13년에는 23%까지 떨어지면서 OECD 같은 국제기구에서 식량 안보 취약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높고 곡물을 수출하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식량위기에 대응하고 영향력을 높이기 위하여 식량 생산에 더 많은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작물 개발을 위해서 기존의 전통 육종 기술 외에 생명공학 기술과 ICT 융복합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육종 시스템으로 신품종 종자를 개발해 생산량을 더 높이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미래 식량위기에 대해서 그다지 비관적인 견해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식량 수입국인 중국은 식량위기를 대비해 생명공학작물 개발 연구에 2020년까지 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도 앞으로 닥칠 식량위기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해 첨단 농업과학기술 개발에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
또한 최근 선진국에서는 미래 종자 개발을 위해서 주요 작물의 유전체 정보와 농업형질을 연계한 빅데이터와 기후변화나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를 이용한 차세대 육종시스템을 구축해 이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도 벼 이외에도 배추, 고추 등의 유전체 정보 확보, 내재해 유전자 발굴 등 생명공학기술과 ICT를 융합한 차세대 기술을 구축해 기후변화나 불량 환경에서도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내재해 작물 등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식량자급과 식량안보를 우선으로 하면서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미래 농업기술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은 과학기술 위주의 농업으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는 만큼 당장 눈에 보이는 기술보다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농업 기초기반 기술에 지속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며, 이를 활용한 신품종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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