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여는 젊은 여성농부들 ⑤ 한국농수산대학교 과수학과 졸업생 맹다혜 씨

 농촌이 좋아  무작정 농촌으로…
‘농사펀드’로 새로운 유통시장 개척의 꿈

잃어버린 ‘길’을 찾다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던 똑소리나는 고등학생이었던 맹다혜(36) 씨.
화학을 좋아했던 맹 씨는 천안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학 건축화학공학과 99학번으로 대학 새내기가 됐다.
한 학기가 지날 무렵, 맹 씨는 뭔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재미가 없었어요. 이대로 그냥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한다고 해도 이 분야에서는 제가 할 일이 없을것 같고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싫더라구요.”
길을 잃은 맹 씨는 방황 끝에 결국 휴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녀의 방황의 시기는 길지 않았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귀농 선언으로 난생 처음 ‘농업’과 만났고 부모님을 도와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면서 맹 씨는 드디어 ‘길’을 찾았다.

“이 설램이 무료한 삶에서 오는 새로움에 대한 작은 반응일 뿐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첫해 농사를 망치고 더 이상 농사를 못짓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였으니까요.”
앞길 창창한 딸의 농사꾼이 되겠다는 선언에 부모님은 충격을 받았다. 기나긴 설득에도 부모님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자신이 어렵게 찾은 ‘길’을 포기할 수 없었던 맹 씨는 결국 ‘독립선언’을 하고 집을 나왔다.

여대생, 농사꾼으로 거듭나다!
귀농 결심 후 집을 나온 맹 씨는 일자리를 알아봐야만 했다. 농사를 짓고 살길 원해도 땅을 빌릴 돈이며 살집이며 아무것도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예산귀농학교’란 곳에서 간사를 뽑는다는 정보를 듣게 됐어요. 그 길로 당장 지원했죠. 기숙사까지 제공한다고 하니 저에겐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농업·농촌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 수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맹 씨에게 ‘한국농업대학’에서 신입생을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처음부터 입학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호기심이 생기더라구요. 단지 호기심에 전화를 걸었는데 저의 얘기를 들으신 한 교수님이 예산까지 찾아와 설득해서 입학을 결심하게 됐어요.”
당시 예산에서 사과 과수원을 늘 보아오던 맹 씨였기 때문에 당연하게 과수과를 선택했다.
맹 씨는 2학년 시절 이스라엘로 실습을 나갈 정도로 열성적으로 3년을 보냈다.
귀농을 결심한지 8년여가 지난 2007년, 맹 씨는 후계자금을 바탕으로 하우스 5동을 짓고 진짜 ‘농사꾼’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또 한번의 시작위해 세상밖으로…
맹 씨는 올해 또 한번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3,300㎡(1천평)가 넘었던 농사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
작목도 애플민트와 바질, 방울토마토 등 맹 씨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꾸렸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 결심했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스무살 처음 대학교에 들어갔을때는 직장생활을 하는 제 모습이 상상이 안갈 정도로 싫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갑자기 직장에 다니고 싶더라구요. 지금이 아니면 시작하기 어려울 생각이 들었거든요.”
농사의 규모는 줄었지만 농업에 대한 애정도는 오히려 커졌다.

농업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바탕이 있기에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농사펀드도 시작한다.
농사펀드는 농부가 농사 계획을 올리면 일반인들이 소액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모아진 자금으로 농부가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수확하게 되면 투자금 대신 농산물로 갚는 시스템이다.
맹 씨는 토마토로 농사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만 받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중간중간 오셔서 농사 체험도 하고 캠핑도 즐길 수 있도록 농장도 새로 꾸미고 있어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농장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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