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의 유기농법으로 키워낸 ‘파주 현인닭’

사라질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이 국제적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돼 온 인류가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토종 먹거리 자원 8가지가 등재된데 이어, 올해는 20가지가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 맛의 방주에 올랐다.
남양주먹골황실배, 제주꿩엿, 제주강술, 제주쉰다리, 제주재래감, 제주댕유지, 제주재래돼지, 예산홍어맛김치, 예산집장, 파주현인닭, 울릉홍감자, 울릉옥수수엿청주, 울릉손꽁치, 감홍로, 먹시감식초, 논산을문이, 어육장, 토하, 청실배, 어간장이 맛의 방주에 올랐다. 연속기획으로 하나씩 종자나 음식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을 알아본다.

현인닭의 역사
현인닭은 경기 파주시 파주읍 향양리 현인농원의 홍승갑(74) 대표가 1983년부터 국립축산과학원 정선부 박사와 함께 시작한 한국재래닭보존회를 중심으로, 축산원 시험장 종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복원된 한국의 토종닭이다.
홍 대표는 1983년 이래로 현인농장주로 한국 토종닭 보존위원회 창립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국립 축산과학연구소와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현인농장에서 복원한 토종닭은 대외적으로 현인닭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1,000마리 15개 색상의 재래닭 복원에 성공한 현인농원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지정한 가축유전자원(재래닭) 관리농장으로, 조상들이 기르던 우리 고유의 재래닭을 복원·유지해 많은 사람들이 재래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보존·연구하는 농원이다. 2009년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았고, 한닭의 개량 사업 참여한 전국의 6개 농장 중 하나이다.

홍 대표는 명나라 때 저술된 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기록된 한국 중부닭의 우월성을 접하고, 국립축산과학원에서 20여 가지 재래닭에 관한 기록을 접하면서 본격적인 재래닭 복원에 나섰다. 그는 재래 닭을 복원한 공로로 ‘2013년 경기도 최고’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멸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는 재래닭의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다. 현인농원은 까다로운 재래닭 복원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를 물려받고자하는 후계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홍 대표 부부의 나이가 일흔을 넘기면서 지속적인 농장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재래닭 복원 농장인 현인농원의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하고 복원된 재래닭 15종의 앞날 또한 밝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현인닭 복원을 위한 노력은?
보통 10~20%의 확률로 다른 색의 닭이 나올 수 있는데, 현인농원은 그런 확률로 나온 소수의 닭을 정해 놓고 키우기를 반복하면서 유전 확률을 70~80% 확률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결국 한 가지 색으로 고정하는데 약 10년이 걸렸다.
현인농원은 색이 섞이지 않도록 1.5~2평 기준으로 10마리씩 닭을 사육하며, 닭장에서 한 번 나간 닭을 약 20일 동안 격리해서 키우고 토착균을 배양해 쌀겨 등을 발효시킨 후 사료와 먹이는 전통방식의 유기농법만을 고집하고 있다.

현인닭은 면역력이 강하고 건강해 조류독감을 비롯한 질병피해가 없었을 뿐 아니라 닭을 사육하는 다른 농원과 달리 계사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또한 현인농장은 20가지 재래닭을 복원해서 관상용으로 재래닭을 보급하고, 20년간 모은 300여점의 민속품들과 50마리의 재래닭 박제들을 활용해서 재래닭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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