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분자육종과 서은정

토종종자는 농업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 생태적 가치
사회문화적 가치 등
다양한 창조가치 지녀

내용 식량안보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올 여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에볼라출혈열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현재는 백신을 개발해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이 생기며 잠잠해지고 있지만 서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출혈열로 인한 식량부족과 물가폭등 등으로 2차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최초 발생지 기니는 에볼라가 확산되기도 전에 식량난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이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UN)은 에볼라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수개월 내 서아프리카에서 대규모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써 늘 기사로만 접하던 식량위기가 인류의 코앞으로까지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대처할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면 바로 종자 자급률을 높이는 것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향후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의 동향과 사회적 요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명확한 기술전략을 설정해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 ‘토종종자’가 있다. 토종종자란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재배되면서 장기간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지역 환경에 잘 적응된 종자를 말한다. 개량종자의 경우에는 특정 병해충에 탁월한 적응능력을 발휘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토종종자의 경우에는 매년 토양에 적응해 가면서 여러 가지 병해충과 기후변화에 강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적응 능력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병해충을 이겨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토종종자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무한경쟁시대에 우리 종자권리를 지키고, 이 종자를 통해 우수한 품종을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종종자는 신품종과 기능성 신물질 개발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토종종자의 우수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한 예로 1960~1970년대의 녹색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다수성 품종들의 기본재료가 각국의 토종유전자원이었다. ‘IR8호’와 ‘통일벼’ 등이 좋은 예다. 국내 토종종자 성공사례도 살펴보면 딸기가 이에 속하는데,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올해에 비로소 딸기가 국립종자원에 공식 등록됐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에 해마다 수십억 원의 로열티를 주고 재배해 2000년대 초반까지 딸기의 국내 재배율은 4.6%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5년을 기점으로 당도와 산도가 좋은 ‘매향’, ‘설향’ 등 딸기 신품종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산딸기 재배율이 74%까지 올랐다. 덕분에 여름 과일인 딸기는 겨울에도 디저트 카페의 단골손님이 되면서 우리 토종종자를 제대로 성장시킨 좋은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토종식물과 작물의 뛰어난 환경적응성을 이용한 유기농업의 실천 등에 있어서 토종유전자원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토종종자는 농업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 생태적 가치, 사회문화적 가치 등 다양한 창조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 이어 세계 6위의 유전자원 보유국이다. BT(Bio Technology)산업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농업과 생명공학이 융합해 자원들과 토종종자 데이터를 분석해 종자 자급률을 높여나가야 한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종자 개발에 노력하고, 더 나아가 종자산업의 새로운 도전인 의약품, 기능성식품, 화장품 등 신소재로서의 이용가치도 높여 이윤 창출에 힘을 실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미래의 안정적인 식량보급을 위해 농업인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토종종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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