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노인은 농촌사회 구성원이자
세상의 상징적 질서의 일부…
삶과 지혜는 노년에 대한
새 표상을 만드는 역사적 자원

어느 학자는 “우리 사회는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인구열차를 타고 초고령사회로 질주 중이다.”라고 말한다. 15년 후면 총인구 성장은 멈추고 노인이 전체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생산가능인구 열 명이 노인 여덟 명, 어린이 두 명을 먹여 살리는 암울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린다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의 기준은 65세 이상이다. 기대수명은 82세다. 최근 국제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세계노인복지지표는 96개국 가운데 한국은 50위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수준의 민낯이다.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적적한 노인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지자체와 농협 차원에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외롭게 지내는 홀몸노인들이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는 공동주거시설은 노인 고독사 예방 등에 좋을 듯싶다. 최근 농협중앙회가 ‘농업인 행복버스’를 운영해 전국 곳곳을 누비며 농촌노인의 의료지원과 함께 여가활동을 돕고 있다. 그밖에 여러 농촌단체가 나서서 밑받침 배달, 이·미용, 목욕, 생신잔치, 빨래해주기, 연탄배달, 난방비 등을 지원하고 있어 아직 마르지 않은 우리의 인정을 느끼게 해 반갑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노인용전동차를 공급해 준 것도 그렇다. 농촌 고령화가 가속됨에 따라 가사도우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홀몸 노인들은 위생상태 등 생활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농촌사회 노인들 대부분은 자식들만 위해 살아온 삶의 결과는 고단한 주름으로만 남았다. 노후대책은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다. 외로움과 가난함, 쓸쓸함만이 남았다. 이처럼 농촌공동체는 허물어진 지 오래다.
겨울을 재촉하는 입동도 지났다. 살이 에이는 듯한 추위가 곧 몰려온다. 농촌에는 외로운 삶을 이어가는 홀몸노인들이 의외로 많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신의 지병도 감추고 근근이 버티고 있기도 하다. 농촌노인을 도와주지는 못 할망정, 각종 미끼로 사기까지 일삼는 악덕상인까지 농촌노인을 파고들고 있어 걱정이다. 아직도 값싼 관광, 특효약이라고 부추기는 건강식품, 무료 휴대전화 등이라며 노인들을 유혹하며 사기행각을 벌인다.

경험이 쌓여 발휘되는 노년의 지혜는 ‘무르익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늙은 조개가 구슬을 낳듯이 ‘오래된 것’에는 ‘새로운 것’이 지니지 못하는 완숙(完熟)과 숙성이 있다. 바로 축적된 경험적 지식이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자아의 완성에 이르는 길이다. 100세 시대 도래라는 말이 최근 몇 년 사이 신문지면을 뜨겁게 달군다. 우리 주변에 90세, 100세 장수노인이 넘쳐난다. 장수만이 능사는 아니다. ‘축복받는 장수’를 누려야 한다.

하지만 노인복지수준을 볼 때 이를 좀처럼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씻어내는 일도 필요하다. 청년 같은 노년이 아니라 노년다운 노년의 삶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노년은 삶의 경험과 지혜를 미래 세대에 전달하는 성숙의 시기다. 나이듦이란 자신에게 진솔해질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노년이란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오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긍정하고 즐기는 것이 맞다. 노인은 농촌사회 구성원이자 세상의 상징적 질서의 일부다. 삶과 지혜는 노년에 대한 새로운 표상을 만들어가는 역사적 자원이 된다. 노년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각자 살아온 삶의 여정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여정과 리듬에 맞게 노년이라는 삶의 무대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나이 든 삶을 영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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