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종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 임상종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현미’는 비만과 변비 예방
소화흡수 지연해 다이어트에 효과
우리가족 건강 위해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여러분은 흰 쌀밥과 현미밥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시는지? 건강보다는 먹고사는 일이 중요했던 과거에는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흰 쌀밥이라고는 생일 때 아니면 제삿날 늦은 밤 졸린 눈을 비비며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네 식습관이 변하면서 건강을 위해 흰 쌀밥보다는 현미를 섞어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일반가정에서 쌀이 소비되는 형태도 크게 변화시켰다. 농촌진흥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0~2012년 3년 동안 수도권 거주가정의 연간 구입량은 쌀이 9.5% (58.5㎏) 감소한 반면, 현미는 20.7%(9.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미는 소화가 잘 안되고 까끌까끌해 식미가 덜하지만 그만큼 좋은 성분을 덜 벗겨내 영양이 풍부하다. 현미에 다량 함유된 식이섬유는 비만과 변비를 예방해주고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크며, 소화 흡수를 지연시키므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특히, 쌀눈에는 혈당 조절에 탁월한 가바, 비타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쌀겨에는 활성화 작용에 좋은 감마오리자놀이 다량 함유돼 있다.
얼마 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식습관의 변화로 과거에 잃어버렸던 건강을 되찾은 이들의 사례를 통해 ‘현미밥’의 효능을 소개하기도 했다. 흰쌀밥과 육식을 즐겨 먹으면서 78㎏까지 체중이 늘어난 한 여성은 30년간 매일 현미와 채식위주로 소식하는 습관을 들여 20㎏을 감량하고 고지혈증도 자연스럽게 치료했다고 한다.

프로그램에서는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바뀐 후 몸에 흡수되는 속도를 나타내는 ‘당지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현미밥의 경우 인슐린 수치가 완만하게 올라가고 2시간 후 오히려 혈당이 떨어진 반면 라면, 피자의 경우 가파른 변화를 보였다.
건강에 좋은 현미밥,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처음 현미밥을 먹는 사람은 현미 찹쌀과 현미 멥쌀을 반반씩 섞으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익숙해지면 점점 멥쌀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한 현미밥은 꼭꼭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살아난다. 꼭꼭 많이 씹는 바른 식습관이 현미의 맛과 효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현미밥을 보다 맛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식미를 향상시키기 위해 ‘침지시간에 따른 현미의 수분흡수율과 적정 혼합비율’을 연구한 결과, 현미를 약 9시간 정도 물에 불리면 부드러운 현미밥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다음날 아침밥을 지을 쌀을 전날 저녁에 미리 물에 담가놓으면 된다.

최근에는 식감이 부드러운 현미밥용 멥쌀 ‘보드라미’도 개발했다. ‘보드라미’는 일반 멥쌀보다 경도(硬度)가 18% 정도 낮아 현미밥보다 부드럽게 씹어 넘길 수 있다. 밥맛 평가에서도 일반 현미보다 맛과 질감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드라미’는 전기압력밥솥을 사용하면 밥을 하기 전에 미리 물에 불리지 않아도 먹기에 부드럽다. ‘보드라미’는 종자 증식을 거쳐 2016년부터 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2016년 가을 추수 이후부터 ‘보드라미’의 맛을 볼 수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현미밥용 쌀 품종 중에서 몇 가지 추천하자면 아밀로스 함량이 13% 이하로 낮은 찰벼 ‘화선찰’, ‘백옥찰’, ‘동진찰’이나 중간찰벼 ‘백진주’, ‘월백’ 등이 좋다. 이 품종들은 수분 흡수율이 빠르고 물에 잘 불어 부드럽고 차지며 밥맛이 좋다. 영양소가 듬뿍 담긴 현미밥, 우리가족 건강을 위해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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