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농업 특집- 미래 식량위기에 대한 세계 지성인들의 제언④

▲ 조 병 철 뉴질랜드 특파원 cho5959@hanmail.net

빈부격차는 세계적 현상
복지제도만으로는 주린 배
못 채우는 게 아픈 현실

미국인 여섯 명 가운데 한 사람이 일 년에 한 번 이상 먹을 게 부족하다는 데 믿기는가? 이건 유럽인의 20명에 한 명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배고픈 사람들 가운데 반 정도가 백인 가정이고, 2/3는 어린이들인데 이들의 부모는 적어도 한 사람은 직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수입만으로는 가족을 부양하는 데 힘에 부친다. 먹을 게 부족하던 예전의 그들과는 사뭇 다르다. 저임금에 의한 구조적 가난인 것이다. 부자나라답게 이들에 돕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그렇지만, 최근 미국의 경제상황으로 지원대상자는 늘어나고 지원금은 줄어들었다.

그러면 배고픈 이들이 어떻게 비만 상태에 살아가는 걸까? 집에서 저녁 한 끼를 만들려면 우선 계획을 세워서 요리를 해야 한다. 시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먹고 설거지를 하는 데까지 총 128분. 그렇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 저녁을 해결한 데는 34분이면 충분하다. 단돈 10불이면 집에서든 외식이든 저녁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사는 동네는 수퍼마켓은 멀고 패스트푸드점은 가까워 패스트푸드로 배고픔을 달래며 뚱보로 살아간다.

1920년대부터 농작물 흉작에 따른 농업지원정책이 있어왔다. 그 당시는 농업인구가 많아서 아주 절실한 정책으로 평가 받았다. 지금도 이와 유사한 지원이 계속되는 데 대규모 영농회사의 옥수수·밀·콩 등에 집중된다.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청량음료, 가축사료, 디저트 식품, 빵, 패스트푸드 같은 가공식품의 값싼 원료로 공급된다. 저렴한 농산물 생산에 따른 식품가공업의 발달로 풍요로운 정크푸드 시대가 번창한다.

물론 배고픈 이들도 헬시푸드에 대한 개념은 잘 이해한다. 한 달치 생계보조비가 지급되는 날에는 과일, 채소, 견과류 같은 이른바 헬시푸드를 식탁에 올린다. 하지만 네 번째 마지막 주의 식품비를 걱정해야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소비는 사치에 해당된다.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신선농산물의 가격이 1980년대 보다 24% 오른 반면, 청량음료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은 27%나 떨어졌다. 이들의 선택은 내일의 건강보다는 매달 지출되는 생활비를 맞춰 내는 게 우선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미국정부는 과일과 채소 생산지원사업을 전개한다. 또한 이들도 뒤뜰에 텃밭을 일구며 자구책을 강구해 본다. 그렇지만 이들의 소득으로 생활비를 맞추기는 부족한 형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우리는 지금 굶어 죽을 지경은 아니지만 분명 배가 고프다’라는 말로 대신한다. 이제 빈부격차는 세계적인 사회현상으로 고착됐다. 다양한 사회복지제도를 동원하지만 이들의 배고픈 배를 채울 수 없는 게 가슴 아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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