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 렌틴하이 씨(오른쪽 네번 째) 곁에 든든한 지원군들이 함께 했다. 왼쪽 엄광태 가평군농협장과 시어머니 멘토 등이 한 사찰행사에서.

■‘렌틴하이’ 씨 (가평:베트남 출신)가 느낀 ‘멘토링’사업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는 ‘긍정’ 시그널
육아·요리·농사법 등 ‘가정교사’ 역할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가 수년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진행하고 있는 농촌 다문화 멘토링 사업이 그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이미 본지에서도 수차례 소개된 바 있는 농협의 멘토링 사업은 멘토에게는 지원자로서의 보람과 소명의식을, 도움을 받는 멘티에게는 한국농촌생활에서의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주는 ‘착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가평군 하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렌틴하이(28) 씨도 멘토 배미연 씨와 한국에 와서 맺어진 또 한 분의 ‘친정엄마’가 있어 든든하기 그지없다.

“우리아기 반은 멘토링이 키워”
렌틴하이 씨는 베트남 하이퐁 지역에서 태어나 지난 2011년 지인의 소개를 통해 남편 이보완 씨를 만나 한국에 정착했다. 현재 3살 된 딸 ‘미나’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벼농사와 밭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사실 렌티하이 씨는 아직 농사일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아빠(남편)한테 정말 미안하지만, 시집 온지 얼마 안 돼 딸아이를 낳아 육아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일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가 자라 학교에 다니게 되면 농사일도 열심히 돕고 저도 돈도 벌고 싶은데....”라고 말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농사일만 거들지 못할 뿐이지 틈틈이 집근처 잣 가공공장에 나가 아르바이트로 돈을 본다.

그런 아내를 보는 남편의 마음은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렌틴하이 씨는 처음 한국에 와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고 한다.
보다 낳은 삶을 위해 찾은 먼 이국땅에는 말동무도 없고 한국생활에 대해 살갑게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남편밖에는 없는데 살다보면 여자끼리 이야기하고 상의해야 할 일도 생기는 법이다.
남편 이 씨는 “아내의 고충을 잘 몰랐다. 결혼 후 아이가 바로 태어났고 보통 엄마들처럼 그냥 잘 키우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었나보다. 노모를 모시고 살다보니 한국식 부모 공양법이랄까? 이런 것에 대해 어디서라도 배우고 싶어 하더라.”고 말한다.
누군가 친엄마처럼, 언니처럼 기댈 수 있는 존재... 그러던 렌틴하이 씨에게 멘토 배미연 씨와 한국의 또 다른 친정엄마가 생겼다.
그 희망의 무지개다리가 되어준 곳이 바로 바로 가평농협 하면지점 멘토링 사업이었다.
배미연(58) 멘토는 이웃에서 벼농사를 짓는 베테랑 농촌주부로 렌티하이 씨를 친동생처럼 보살피며 도움을 주었다.

마침 태어난 간난장이 미나는 렌티하이 씨의 말을 빌자면 “반은 멘토님이 키워주셨다.”는 것이다.
렌티하이 씨는 한국에 온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한국말에 능숙해 멘토와의 의사소통이나 농협교육 중에 큰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고 한다.
배 씨는 바쁜 농사일과 농협부녀회 활동 중에도 렌틴하이 씨를 성심껏 보샬폈다.
본인의 말로는 “도와주거나 지도했다는 표현은 가당치 않고 이웃으로서 교제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렌티하이는 “직접 농사는 도울 수 없어도 멘토와 ‘친정엄마’가 아이돌보기, 시부모님 모시는 법, 한국 음식만들기 등을 성심껏 가르쳐주셔서 훨씬 일이 쉬워졌다.”고 말한다.

1:1 연결로 사업효과 배가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 여성들의 안정적 국내정착을 위한 멘토 - 멘티 사업이 시작된지 5년차인 올해 이 사업의 ‘위력적인’ 효과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1대1 멘토링 돌봄 사업은 멘토를 맡은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 회원들이 환경과 문화적 차이로 국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지역 결혼이민 여성의 가정을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사업이다.

렌틴하이 씨는 “우리 농협에는 저 말고도 같은 베트남 출신 김미화 언니(33)가 있는데 미화 언니도 저처럼 농협 멘토링으로 한국생활에 자신을 얻은 경우.”라며 “멘토님들은 별 도움주는 것도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문화에도 어두운 우리에게는 그런 작은 관심이 어떤 도움보다도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농협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농협중앙회 이갑주 농촌사회팀장은 “멘토-멘티 사업은 지역농협과 농촌주부들의 유기적인 협조 속에서 다문화가정에 도움을 주는 가장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라며 “지금까지 사업결과와 파급효과들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이어나갈 점과 개선해야 할 점들을 세심하게 가려내, 보다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한국농촌의 소중한 자원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농협의 전 임직원은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