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수입쌀 품질이 국내산보다
더 좋은 것도 아니므로
소비자가 수입쌀을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지난 9월 18일, 내년부터 쌀에 대해서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개방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2004년 쌀 재협상에서, 2014년까지 관세화유예를 추가적으로 연장하되 의무수입량을 두 배 정도 늘리기로 하였다.
2009년에는 대외여건이 달라졌으므로 2014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이 농업인과 국익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지만 시행되지는 않았다. 내년부터 관세화로 전환한다고 하였지만 관세화를 유예하면서 의무수입량도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관세화유예 종료
관세화 전환은 WTO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그동안 쌀은 예외 없는 관세화라는 원칙에서 예외적으로 관세화유예라는 특별대우를 인정받은 것이다. 2014년에는 특별조치가 종료되므로 2015년부터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은 WTO 회원국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관세화유예를 추가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통상법적 근거도 없다.
관세화로 전환하지 않기 위한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비용은 매우 클 수 있다. 필리핀은 2012년에 관세화유예가 종료되었다.
관세화유예를 추가적으로 연장하는 시도를 하였으나 특별대우를 연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WTO에서 거절당하였다. 그리고 관세화유예가 아닌 관세화 의무를 일시적으로 면제(waver)받은 후 관세화로 전환하는 협상을 하였다.
5년간 일시적인 관세화 의무 면제의 대가로 의무수입량을 2.1배 늘리고 쌀 이외의 일부 상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감축하는 양보를 하였다. 우리나라가 쌀을 관세화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매우 클 것으로 여겨진다.

관세화로 쌀산업 영향 없어
2014년 의무수입량은 40만 9천 톤으로 생산량의 약 10%에 해당한다. 관세화로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에 10%의 쌀 시장을 외국에 내 준 것이다. 관세화로 전환한 후에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쌀 생산량과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에 있으므로 의무수입량이 쌀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 쌀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고 수입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므로 의무수입량을 초과한 쌀 수입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초반 톤당 200달러 수준이던 중국의 쌀 도매가격이 2013년에는 700달러 수준으로, 동일기간에 미국의 수출가격은 300달러 정도에서 712달러로 상승하였다. 중국이나 미국의 쌀 가격에 관세 513%를 부과하면 국내 도착 가격은 80kg당 36만 〜 39만 원 수준으로 국내 쌀가격 17만 원 수준보다 2배 이상 높게 된다. 수입쌀 품질이 국내산보다 더 좋은 것도 아니므로 소비자가 수입쌀을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국제 쌀가격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향후 FTA 추진 시에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이제 농업인과 농업 관련 종사자,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일까? 농업인은 관세화로 인해 쌀산업이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정부는 관세상당치에 대한 WTO의 검증 요구에 인내심을 가지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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