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⑤

와인을 추천하고 서비스해주는 일
와인의 선정, 구매, 관리, 리스트에 올리는 일까지
사실상 와인에 관련된 모든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

▲ 서울 청담동 와인레스토랑 오룸 다이닝의 한상돈 소믈리에.

와인을 마시는 곳에서 사귀어야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소믈리에(Sommelier)’이다. 원래 음식을 나르던 목부나, 음식을 먼저 맛보던 직업인 ‘솜(Somme)’에서 유래했다는 이 단어는 과거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말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와인을 취급하는 곳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통주 소믈리에’, ‘물 소믈리에’는 물론이고, 정육점에는 ‘미트 소믈리에’가 등장했고, 심지어 부동산 소믈리에라는 말까지 생겨났으니, 요즘 한국 사회는 온통 소믈리에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와인을 감별하는 사람”, “와인을 서빙하는 사람”,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소믈리에의 실제 업무는 와인을 추천하고 서비스해주는 일 뿐만 아니라, 와인의 선정, 구매, 관리, 리스트에 올리는 일까지, 사실상 와인에 관련된 모든 일을 맡아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믈리에들이 소설이나 만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슬쩍 냄새만 맡고도 무슨 와인인지, 몇 년산인지, 척척 알아맞히는 귀신같은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자, 그럼 소믈리에를 만나러 가보자.
누구와 동행하든 멋진 식사를 위해서라면 예약은 필수. 당신이 섬세한 사람이라면 예약할 때 어떤 종류의 음식과 와인이 준비되어 있는지 미리 체크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행과 함께 도착하여 식사를 주문하고 나면 ‘식사의 꽃’ 와인을 선택할 차례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메뉴판에 와인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점원에게 물으니 얼른 따로 마련된 와인리스트를 가져온다. 일류 레스토랑이라면 음식메뉴판보다 더 두꺼운 와인리스트가 도착할 것이다. 깨알 같은 글씨로 수없이 많은 와인들이 쓰여 있다. 그 중에서 알고 있는 와인이름이 눈에 띄지 않아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소믈리에’라는 선수를 기용하면 된다. 선수의 도움을 받는다고 절대로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당신이 지불할 와인가격에는 소믈리에의 봉사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센스 있는 소믈리에라면 당신이 주문한 식사메뉴를 숙지하고 올 것이다. 당신은 자신의 취향이나, 모임의 성격, 예산 범위 등을 알려주고 소믈리에와 상의하여 와인을 결정하면 된다. 만약 소믈리에가 너무 비싼 와인을 권한다면 비슷한 종류로 좀 더 저렴한 것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아~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한국인. 일행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좀 더 싼 걸로 부탁해요.”라는 말을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이 난관을 극복할 묘책은, 예약할 때 와인을 미리 정하거나 예산범위를 밝혀두는 것이다. 그러면 소믈리에는 정해진 범위 내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도와줄 것이다.

주문이 이루어지면 소믈리에는 와인을 가져와서 손님에게 보여준 다음, 간단한 설명과 함께 오픈하여 소량을 잔에 따라주고 손님의 시음을 기다린다. 시음은 와인을 주문한 손님이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손님의 뜻에 따라 다른 사람이 대신하거나 생략할 수도 있다. 시음 결과, 와인에 문제가 없다면 소믈리에는 손님들께 와인을 서빙한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간혹 와인에 침전물이 많거나 맛이 너무 거칠다면 디캔터(Decanter)라는 유리병에 와인을 옮겨 담아 주는 경우도 있다. 침전물은 와인병 속에 남기고 맑은 와인만 디캔터 속으로 부드럽게 따라 넣는 이 디캔팅(Decanting) 작업은 침전물제거, 거친 맛의 연화작용, 산소접촉에 의한 방향성증대 등의 효과와 더불어 서비스를 보는 재미까지 손님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으니 무조건 요청하지 말고 소믈리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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