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다고 쓸수록 ‘독’되는 오염물질

암·생식기능저하 유발…등푸른 생선·육류섭취 자제해야

환경호르몬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배출된 일부 화학물질이 우리 몸 속에 들어가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다른 이름으로는 내분비계장애물질로 분류한다. 즉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내분비계의 생성물질인 호르몬의 정상 기능을 방해하는 화학물질이란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은 하나의 물질이 아니다. 카드뮴, 수은, 아연, 알루미늄 등의 중금속과 다이옥신, 디디티(DDT)와 같은 유기염소계 농약, 비스페놀A 등의 다양한 산업용 화학물질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식물에 함유된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포함되는데, 이러한 내분비계장애물질들은 인간의 생식기능저하, 기형, 성장장애, 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우리 몸 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다른 점은, ▲몸 안의 호르몬과는 달리 쉽게 분해되지 않고 ▲생활환경이나 몸 안에 수년간 잔류할 수 있으며 ▲사람의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등푸른 생선, 돼지비계, 쇠기름, 닭껍질, 치즈, 우유 등 지방이 풍부한 식품의 다이옥신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닭고기 껍질, 돼지고기 삼겹살의 섭취를 줄이거나 비계를 떼고 먹으라”는 전문가들의 권유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 환경호르몬을 살펴보자.

‘침묵의 살인자들’…환경호르몬의 실체
•다이옥신= 인류가 불을 사용하면서 생겨난 대표적인 잔류성 독성 화학물질로 염소가 들어 있는 화합물-플라스틱, 비닐, 피브이씨(PVC)를 태울 때 생기며, 자동차 배기가스, 화력발전소, 철강산업 등 염소와 브롬을 사용하는산업공정에서 발생될 수 있다.
이 다이옥신은 쓰레기나 폐비닐 등을 태울 때 공기 중으로 배출돼 떠돌아다니다 먼지와 함께 토양, 식물의 잎, 하천에 가라앉게 된다. 이 다이옥신이 묻어 있는 토양이나 풀을 가축이 먹게 되고, 그 가축을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간이 먹으면서 지방조직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IARC )와 미국 등 선진국들은 다이옥신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해 놓고 있다. 인류가 합성한 물질 중 가장 강한 독성물질로 분류된 다이옥신은 그 악명만큼 실제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국내에서 벨기에산(1999년), 칠레산(2008년) 수입돼지고기에서 기준치 이상의 다이옥신이 검출돼 문제화 되었던 것이 대표적인 오염사례다. 심지어는 산모의 모유에서도 기준치의 몇십배에 달하는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국내 조사결과(1999년)도 있었다.
결국 이 다이옥신 섭취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는 일회용품 등 석유화학제품의 소비를 가급적 줄이고 쓰레기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며, 음식은 지방이 많은 육류, 어패류보다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곡류, 채소, 과일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벤조피렌= 식품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식재료가 검게 그을리거나 타면서 유기물이 불완전 연소돼 발생한다. 단기간에 이 물질에 다량 노출되면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을 일으키고 면역체계가 저하되며 특히 위암 발생 확률이 높다. 이 물질의 섭취를 최소화 시키려면 가능한 한 조리과정에서 음식이 타지 않게 해야 한다. 직화(直火)구이 등은 피하고 훈제식품을 가능한한 연기에 그을린 겉껍질은 제거하고 먹는 게 좋다. 숯불구이, 오븐닭구이, 고등어구이, 햄버거 섭취를 가급적 줄이고 가능하면 삶거나 쪄서 먹는 게 좋다.

•비스페놀A= 식료품의 캔, 병마개, 식품포장재, 치과용수지 등에 주로 사용되는 에폭시수지와 술병, 유아용 젖병, 식품보관용기의 주원료인 폴리카보네이트에 함유돼 있다. 비놀페놀A는 캔의 부식 방지와 열에 대한 저항성,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플라스틱 병의 첨가물로 사용된다. 특히 젓갈이나 장조림 등 소금기가 많은 식품, 튀김 등 기름기가 많은 식품용기에서 노출 가능성이 높다. 이 물질은 체내에 유입되면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하는데, 어릴 때 노출되면 나중에 커서 불임 등 생식능력 이상, 전립선암, 유방암은 물론 비만,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스페놀A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캔식품, 캔음료의 섭취를 자제하고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울 때는 가급적 유리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결국 가능하면 천연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된다.

•알루미늄·알루미늄 호일(foil)= 알루미늄은 탄산음료 캔과 식기류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가정에서는 호일로 사용하는데, 음식물 포장, 요리, 보관할 때 주로 쓴다. 알루미늄은 과일·채소에도 소량 들어있지만 해산물, 밀가루, 과자의 알루미늄 함량이 높다. 알루미늄 오염이 높은 지역에서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높다는 역학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알루미늄 섭취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캔음료와 오렌지주스 등의 섭취와 알루미늄 함량이 높은 가공 치즈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알루미늄 호일은 주로 유제품 용기의 뚜껑재료와 식품 포장재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단체급식소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알루미늄재질의 주방용품(솥·냄비)에서 산과 염분을 많이 함유한 식품을 조리하거나 보관할 경우 알루미늄 용출량이 많아지므로 이를 피해야 한다. 또한 음식점 등에서 식초, 김치 등 산성식품으로 양념된 음식을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볶는 등의 비정상적인 조리방법은 알루미늄의 체내 유입을 쉽게 하는 것이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카드뮴= 부식방지제, 안료, 배터리 등으로 널리 사용되는데 음식을 통한 노출이 주요 경로다. 쌀 등 곡류와 시금치 등의 채소류, 굴, 연체류의 내장부위에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 또한 담배 뿐만이 아니라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와 쓰레기를 태울 때 상당량의 카드뮴이 공기중에 방출돼 인체 흡수율이 높다. 카드뮴의 인체 노출경로는 식품(83%), 흡연(13.3%), 음용수(3.3%), 대기호흡(0.5%) 순이다.
이 물질은 일차적으로는 신장독성, 뼈독성(골다공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폐암, 전립선암을 유발시키는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으나 일반 환경에서의 발암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카드뮴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세뇨관 손상에 의한 단백뇨가 주증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허리, 팔, 다리의 뼈마디가 아픈 ‘이타이 이타이병’과 2010년 서울의 낙지머리 카드뮴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포름알데히드= 인체 발암성 환경오염 물질로 새집증후군의 주된 원인물질이다. 액상인 포르말린은 단백질과 잘 반응해 살균제, 시체방부제, 목재방부제 등으로 사용되며, 공기 중에 휘발된 기체상태로 존재하는 포름알데히드는 가죽제품과 폭약 등을 만들 때 사용된다. 실내에서의 방향제, 살충제, 세제 사용을 가급적 피하고 벽지나 실내 마감재는 천연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과학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에게 많은 환경의 변화와 함께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살인 독(毒)’에 무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편리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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