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③

전세계 어느곳에서든
‘스파클링와인’ 한 마디면
누구나 매력적인 와인을 즐길 수 있다.

▲ 프랑스 샹빠뉴지방의 샴페인하우스에서 샴페인을 제공하는 잔면(사진제공/김홍철)
15년 전쯤의 일이다.
독일로 출장을 갔다가 일행보다 일찍 혼자서 귀국길에 오르게 된 나는 비행시간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무원이 닭고기와 생선 중에 뭘 먹겠냐고 물었을 때 나는 고민 없이 닭고기를 선택했고 뒤이어 제공될 음료를 기대하고 있는데 앞쪽에 앉은 승객들이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샴페인을 마시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거다. 오늘은 닭가슴살 스테이크에 시원한 샴페인으로 목을 축이리라.”
잠시 후 다가온 승무원에게 나는 자신 있게 “샴페인 플리즈” 하고 말했지만 쉽게 알아들을 줄 알았던 승무원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게 다시 묻었다.
“Champagne?”
“예쓰. 샴페인 플리즈”
승무원은 “Sorry mister...”
아~ 그놈의 영어가 웬수였다. 승무원의 긴 말이 이어졌지만 나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던 나는 그냥 오렌지주스를 달라고 하고 말았다. 잠시 후에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승무원이 환한 얼굴로 다가와서는 무슨 얘기를 하는데 역시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샴페인을 원하느냐고 묻는 말 같아서 반색을 하며 “예쓰, 아이 원트 샴페인.” 하고 대답했다. 잠시 후 샴페인 한 병과 함께 그녀가 나에게 내민 것은 기내면세품 구매 신청서였고 거기엔 샴페인의 이름과 함께 150불이라는 당당한 가격이 적혀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웃음이 절로 나는 이 촌극은 나를 와인의 세계로 인도한 첫 사건이었다. 그 때 기내식과 함께 다른 승객들에게 제공되었던 거품 나는 와인은 아마도 독일산 발포성와인인 젝트(Sekt)였을 것이다. 와인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에는 샴페인이라는 말이 프랑스의 샹파뉴지역에서 전통방식으로 생산한 와인만을 가리킨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 시절만 해도 국내에선 거품 나는 와인은 전부 샴페인이라고 부르던 시절이었으니 이런 일은 충분히 생기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사건의 시발점이었던 샴페인(Champagne)이란 말은 프랑스의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150km 떨어진 유명한 발포성와인 생산지의 명칭이다. 영어로는 ‘샴페인’ 불어로는 ‘샹빠뉴’ 라고 읽는다.
오늘날 샴페인이 유명한 생산지가 된 것은 17세기말 오빌레(Hautvillers) 수도원에서 와인 제조책임자로 일했던 동 뻬리뇽(Dom Perignon) 수사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와인을 재발효시켜 탄산가스를 함유하도록 하는 와인제조방법을 정립하고 나무통 대신, 유리병과 코르크마개를 이용해 와인 속의 거품이 보존될 수 있는 보관방식을 일반화한 사람이다. 결국 샴페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동 뻬리뇽으로부터 은혜를 입고 있는 셈이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그렇다면 샴페인 이외의 발포성와인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프랑스에는 샴페인 이외에도 끄레망(Cremant), 무쉐(Mousseux) 등이 있고, 이탈리아의 스푸만테(Spumante), 프리잔테(frizzante), 독일의 젝트(Sekt), 스페인의 까바(Cava) 등등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그 이유는 생산지역과 양조방식, 탄산가스압력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와인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런 이름들을 구구절절이 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단 하나의 단어는 바로 ‘스파클링와인(Sparkling wine)’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이 단어 한마디면 누구나 시원한 거품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집이라도 좋고, 해변이라도 좋다.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다. 시원한 스파클링와인과 함께라면 우리는 눈을 감고도 입속에서 폭발하는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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