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②

"여러 가지 와인을 만나는 일은
곧 다양한 음식을 접하는 경험이며
이는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좋은 첫걸음이 된다."

“너무 어렵고 복잡해요.”, “여러 가지를 마셔 봐도 그 맛이 그 맛 같아요.”
와인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답답함이나 안타까움보다는 당연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와인양조자의 길로 들어선지 10여년이 된 나에게도 와인이란 여전히 어렵고 복잡한 세계이니, 뭇사람들에게 와인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음식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맛있다, 맛없다, 싱겁다, 짜다, 단백하다, 감칠맛이 있다” 등등의 다채로운 표현이 나오는데, 왜 와인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제가 와인 맛을 잘 몰라서요......” 라는 대답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와인을 소개해온 이들이 “와인은 알고 마셔야만 하는 술” 이라고 가르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해서 맛을 느낄 수 없지는 않을 텐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지식 없이는 느낌도 이야기할 줄 모르는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물론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와인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기도 하지만 와인 역시 하나의 기호음료라는 점에서 보면, 맛을 느끼기도 전에 그 배경지식부터 익히는 방식으로는 결코 그 본질에 다가설 수 없다.
그외에도, 와인이 우리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우선 이름부터가 각 생산국의 언어로 되어 있어서 읽기 힘들 뿐 아니라, 일정하지 않은 형식의 수많은 상표들은 선택부터 우리를 힘들게 한다. 고심 끝에 사들고 온 와인의 코르크마개는 또 하나의 큰 숙제이며, 겨우 마개를 따서 잔에 채운 와인이 맛없어도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다. 그래서 다음엔 큰 마음먹고 좀 더 비싼 와인을 구입해보지만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와인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음료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발효식품은 원재료의 맛과는 달리 미생물에 의해 변화된 맛과 향을 가지고 있기에 그 향미에 적응하려면 많은 경험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우리가 김치 맛을 알게 되기까지 어린 시절부터 얼마만큼의 김치를 먹어왔는지, 된장 맛을 안다고 하기까지 얼마정도의 기간이 걸렸는지 말이다. 아마도 10년 이하라고 답변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와인도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된장이나 김치만큼의 경험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낙담하지는 말자. 탐구심이 강하거나, 좋은 스승을 만나면 그 기간은 단축될 수 있으니 말이다. 진짜 문제는 김치나 된장처럼 꾸준히 우리가 와인을 마실만한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와인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와인은 가장 깊은 역사를 가진 술이고, 가장 많은 문화권에서 즐기고 있는 술이며, 음식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술이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와인을 만나는 일은 곧 다양한 음식을 접하는 경험이며 이는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좋은 첫걸음이 된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또한 와인은 가장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는 술이다. 상표를 붙이고 출시되는 와인의 수가 세계적으로 100만종에 육박한다는 통계는 실로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우리가 경이롭게 생각해야할 일은 100만종에 달하는 그 와인들 모두가 우리들처럼 각각의 고유한 이름으로, 절대로 똑같지 않은 맛과 향기, 그리고 이야기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와인이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께 이렇게 권하고 싶다. 앞으로 와인을 마시게 되면 와인에 대한 정보를 묻고, 외우기 전에 먼저 본인의 오감으로 편안하게 와인을 음미해보시라. 마치 된장국을 맛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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