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미래에도 변함없이
국민의 먹을거리를
선사할 수 있는
우리 여성농업인의
활약상 기대"

수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갑작스런 빙하기 때문에 생존의 갈림길에 선 인류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뉴욕을 휩쓸어버리는 거대 해일, 엄청난 눈 폭풍, 그리고 삽시간에 얼어붙은 맨해튼 마천루 등의 볼거리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요즘, 영화 속 장면은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올해 시작부터 곳곳에서 나타난 기상이변으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북미는 체감온도 영하 5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 때문에 연일 ‘살인적 추위-영화가 현실이 되나’라는 헤드라인으로 뉴스를 탔다. 북미와 달리 남미에서는 최악의 더위로 인해 ‘남미대륙 100년 만의 불볕더위… 각국에서 피해속출’이라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특히 올해는 장마철 주룩주룩 내려야 할 비가 평년 수준의 1/3까지 줄어든 ‘마른장마’를 겪고 있다. 한창 물이 필요한 시기에 비는 안 오고 폭염만 계속되고 있어 동식물들이 힘을 못 쓰는 중이다.
몇 년 사이 이상기후 현상이 급증하면서 농산물의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데다 농산물 수급 불안정은 식량수입 국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위기감을 조성하기에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하며 발 빠른 대응을 보인 영국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지 변동에 대비해 지역별 식량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품종 개발과 함께 재해발생예측과 방제기술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기후변화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온실가스 관리를 위해 ‘농림축산분야 온실가스 종합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가 하면, 태양열·지열 이용 기술은 물론 미생물 연료전지 등을 개발해 농업분야 친환경 에너지 제조기술 기반 조성과 함께 에너지 이용 효율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이상기상의 상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에 대응해 재해에 강한 품종개발과 재해예방 등에 관한 기술연구도 한창이다. 또한 365일 외부 날씨에 관계없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첨단온실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대응의 차원을 넘어 기후변화를 활용하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점차 아열대성으로 변해가는 우리나라 기후에 맞게 아열대작물을 도입하거나 그에 따른 생산·재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아떼모야, 리치 등 이름도 생소한 아열대과일이 재배되고 있다. 경남 고성에서는 아열대기후에서나 가능한 벼 2기작에 도전하고 있다.
농업은 자연과의 교감으로 빚어낸 종합과학기술의 결정체다. 기후변화 또한 우리가 교감해야 할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를 놓고 ‘위기’라며 지레 겁을 먹는 사람들도 있으나,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더해진 말이다. 심화되는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모습의 성장과 발전을 점칠 수 있는 기회도 있지 않을까?
영화 <투모로우>의 포스터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깨어 있어라, 그날이 다가온다’.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여성농업인이 누구보다 먼저 깨어 특유의 지혜와 창의력, 섬세함을 발휘한다면 우리농업은 더욱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미래에도 변함없이 국민의 먹을거리를 선사할 수 있는 우리 여성농업인의 활약상을 그려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