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 은혜 씨(왼쪽)와 조옥련 씨가 무밭에서 탐스런 수확물을 거두고 있다.

■ 농촌결혼이주여성 탐방 안성시 주은혜(베트남) 씨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결혼이주 6년차의 주은혜 (27)씨는 이런 회환속에 참으로 어려운 초기의 두어 해를 보냈다.
하지만 주 씨는 지금 몇 년 후에는 가족농장을 일구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적극적으로 살고 있다.
시부모님, 남편과 함께 친 가족 못지않은 또 다른 ‘엄마’ 조옥련(55) 멘토의 힘이 컸다.
다문화농업대학을 통해 안성지역 다문화결혼이주여성들을 지원하는 ‘안성농협’ 여성복지과도 든든한 조력자다. 주은혜 씨의 이야기를 수기형식으로 그렸다.

컴퓨터 화면으로 처음 본 남편
고향인 베트남 껀터에서의 삶은 힘든 농사일의 연속이었다. 한국과는 달리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는 벼농사는 뜨거운 햇볕아래 고된 작업이었다.
일남사녀 중 셋째 딸인 나는 나의 남은 삶도 이런 고된 일상의 연속일 거라고 생각했다.
2007년 어느날 한국에 결혼이주해 있던 아는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괜찮은 사람 있는데 선 한번 볼래?”
처음에는 남편 얼굴을 컴퓨터를 통해서 사진만 봤다.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사진 속의 눈빛을 통해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남편은 베트남에 와서 부모님께 허락을 구하고 나를 한국(안성시)에 데려왔다.

농사싫어 한국 왔는데…

▲ (왼쪽부터)조옥련 씨, 은혜 씨, 김은순 여성복지팀장이 함께한 즐거운 한국어 글짓기시간.
남편(유창용 씨)은 조그만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사고가 나는 바람에 남편의 허리에 이상이 생겼다. 몸도 몸이지만 나이 때문에 다른 곳 취업이 어려웠다.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거기다 낯 선 곳에 온 나는 한국의 문화, 풍습, 언어, 음식... 모든 것이 낯설기 만해 마치 몸만 큰 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는 나가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농사를 짓고 있는 아주버님이 함께 농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솔직히 싫었다. 남편이 고생하는 것도 싫었다.
남편은 나를 다독이며 “한국은 이제 모든 것이 기계화가 돼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을 거야. 우리 한 번 열심히 해보자.”고 위로했다.
그렇게 우리땅은 아니지만 농사일이 시작됐다. 토마토와 오이가 주작목이다.

또하나의 엄마
농사일을 하게 되면서 농협에 수준 높은 농업교육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농업교육을 받으며 나에게 다가온 또 하나의 축복... 바로 내가 엄마라고 부르고, 나를 딸이라고 하시는 멘토 조옥련 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농협이 맺어준 멘토님을 통해 고추와 무 재배법을 배우고 있다. 한국에서의 여러 가지 생활, 육아, 고민상담 등 멘토 님은 나에게 엄마의 역할을 넘어 스승이기도 하다.
“셋째 딸이라 이렇게 예쁘지...은혜는 부지런하고 적극적이어서 젊을 때 조금만 고생하면 잘 살게 될 거야.”라며 항상 나를 격려해 주신다.

다양한 참여속 자신감 생겨
농협 멘토링활동은 나에게 농업기술과 좋은 엄마만 선물한 것이 아니다.
한국어가 유창하게 됐을 뿐 아니라 합창단, 가족중창단, 난타공연 등 다양한 취미활동과 한국음식, 한국문화 등을 배우며 나와 같은 다문화이주여성들과 교류도 가지게 돼 한결 즐겁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작년에는 농협중앙회 합창대회에 나가 가족중창단 부문 금상도 받고 난타공연으로 은상도 받는 등 나 자신의 숨겨진 재능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남편과 나는 각각 또 다른 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
매월 붇고 있는 적금을 타면 우리 가족만의 작은 농장을 가질 수 있겠지... 생각 만해도 가슴이 벅차다.
딸 아이(유하은·4살)도 좋은 교육을 시켜 한국의 훌륭한 인재로 키우고 싶다.
농협교육도 열심히 참가하고 취미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서 안성농협에서 가장 돋보이는 여성농업인이 되고 싶다. 그것이 우리 농협과 여성복지과 그리고 고마운 멘토 님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족도 내가 밝고 건강해야 행복할 것이다. 모든 것에 고맙다.

■ 인터뷰 - 한승수 안성농협 조합장

다문화가족지원은 소중한 가치투자

안성농협은 안성농협문화센터와 여성복지과의 적극적인 주도아래 다양한 다문화결혼이주여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온 25~30명의 이주여성이 ‘I'm happy 다문화농업대학’에서 농업교육은 물론 한국생활에 필요한 정보 지식 취득과 취미활동을 누리고 있다.
안성농협의 다문화여성대학은 ▲이민여성들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교육으로 안정적인 생활정책 지원과 ▲이주여성들의 자신감 회복으로 한국 생활 적응을 유도하고 ▲문화·복지에 대한 니즈(Needs)를 충족시킴으로써 화목한 가정생활을 유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올해도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 3시간 씩 기초농업교육을 마련해 다문화농촌가족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농정착의지와 실천력이 강한 우리지역 다문화여성들은 특히 선진지견학에서 커다란 영감과 의욕이 고취되는 것 같다.
다문화농가지원은 미래 한국농업을 위한 소중한 가치투자임이 틀림없다. 안성농협 전 임직원이 그분들의 손을 함께 잡고 밀고 당기면서 이끌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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