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 수박하우스에서 황티쿡의 미소가 싱그럽다. ‘수박사부’ 정상현 씨의 부인이자 멘토인 박숙현 씨(오른쪽)와 함께.

 ■ 농촌결혼이주여성 탐방 : 충북 진천군 황티쿡(베트남 출신) 씨

우리 농촌 곳곳에서 미래 한국농촌의 실력자로 성장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가정에서는 좋은 아내·며느리·엄마로, 지역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야무진 일군으로 한국농촌에 활력을 가져다 준 그들.
충청북도 진천군에 사는 베트남 출신 주부 9년차 황티쿡 씨도 그런 사람 중의 한명이다. “아이고 어떤 한국며느리랑도 안 바꿀거여~”라는 시어머니의 말처럼 황티쿡 씨는 가정과 마을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소중한 이웃이다.

설레는 첫 도전
황티쿡 씨(29)는 사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전업주부로 지냈다.
시어머니 신이완 할머니(85)는 “어린나이에 나이차이가 나는 우리 아들에게 시집와 귀여운 손자도 낳아주고 힘든 농촌 생활하는데 농사까지 거들게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묵묵히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지은 죄(?)로 사십 줄에 들어서도 장가를 못 간 이근우(48)씨도 축복처럼 찾아온 예쁘고 명랑한 아내가 힘들세라 웬만하면 농지로 나오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부부는 작년 봄 처음으로 시작한 비닐하우스 수박농사의 모종 심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 전까지 벼농사를 하던 땅에 다섯 동의 하우스를 짓고 수박농사에 도전한 이들은 이근우 씨 말대로 “기대보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스스로 나서는 아내
이 씨는 “아내가 농협교육에 참가하며 소득 좋은 작목을 고심하다가 수박농사를 짓자고 먼저 제안했다.”며 “이웃의 베테랑 수박농가까지 찾아가 스승으로 모시겠다며 가르쳐 달라고 졸라댔다고 한다. 어리게만 봤는데 아내의 적극성에 놀랐다” 고 말한다.
16년간 수박농사를 해 온 ‘사부님’ 정상현 씨는 “황티쿡이 소극적으로 움츠러들지 않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회고했다.
정 씨부부는 ‘황티쿡 농장’을 수시로 들러 모종하는 법, 점적호스 묻는 법 등 하나에서 열까지 세심한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황티쿡 씨는 또 남편에게 당장 경운기 모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졸라댔다.
“아이고~ 레버를 올리고 시동을 걸어야 한다니까~” 이 씨는 답답한 가슴을 치면서도 그런 아내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요리도 아주 잘해요. 잡채, 된장찌개, 제육볶음, 나물반찬까지 얼마나 맛있게 만드는지..” 팔불출이라는 놀림도 개의치 않는 아내 자랑이다.

수박처럼 영그는 미래
농협교육도 열심히 받고 진천군 여성축구단에 들어가 골키퍼로 활약하며 농사배우기에 밤낮이 없는 활달한 황티쿡 씨도 결혼초기를 생각하면 눈물이 고인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20살에 한국에 시집와 자신감이 없었고 큰 아이(근식·9살)가 태어나자마자 갑상선 저하증을 앓아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어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웠다.”는 황티쿡 씨는 “이렇게 주저앉으면 안 된다. 떨쳐내자고 다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힘들었던 때를 회상했다.
남편도 아내를 적극 도와 과외선생까지 두고 한국어 배우게 하고 운전도 가르쳐 이제는 아내가 통번역사 도전을 염두에 둘 정도로 열심히 외조했다.
황티쿡 씨 부부는 이제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수박처럼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한다.
자상한 시부모, 듬직한 남편, 다정한 이웃, 찾아가는 서비스로 도와주는 농협.
하지만 황티쿡 씨의 행복한 일상은 무엇보다도 그 자신의 굳은 의지와 적극성이 가져다 준 것이다.
“항상 밝아요.” “정말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는 사람이죠.”라는 이웃들의 칭찬처럼 말이다.

■ 인터뷰 - 채택병 진천 덕산농협 조합장

진천 덕산농협의 다문화 멘토링은 ...
서로 마주보기 그리고 같은 곳 바라보기

황티쿡 씨 같은 결혼이주여성이 농촌마을에서 무난하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농협의 세심하고 따뜻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진천 덕산 농협은 우리나라 지역농협 중 ‘다문화 멘토링’분야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이 분야의 리더다.
황티쿡 씨를 비롯해 누엔티투이, 긴탑베데하로잔, 응우옌티와인 씨 등 20여명의 결혼이주여성이 농협에서 맺어준 장금숙, 박숙현 조합원 등 헌신적인 멘토 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채 조합장은 “덕산농협은 다문화여성대학을 개설, 결혼이민여성 기초농업교육 1:1 맞춤농업교육·전문농업 실습교육을 진행하며 자립기반을 돕고 있다.”며 “특히 멘토링을 통해 같은 여성으로서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을 딸이나 동생을 대하는 것처럼 자상하게 보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멘토를은 농협의 고향주부모임·고향주부모임 회원들로 친정엄마 인연을 맺고 농촌일손돕기, 김장나누기 등의 봉사활동도 함께 펼친다.
채 조합장은 “덕산농협의 다문화지원 사업은 전국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고 자부한다.”며 “원석과도 같은 이들을 잘 다듬어 우리지역의 성장엔진으로 키워내는데 덕산농협이 앞장서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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