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진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

▲ 정순진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

실버 텃밭정원은
은퇴자가 육체·정신적으로
건강한 삶 찾는 문화공간

서울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만 시대, 노인 빈곤율 45.1%, 노인 자살률 10만 명당 64.4명. OECD국가 중 부끄럽지만 최고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 “오래 살지 않더라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이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이지만 노인 문제는 단지 가족 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노인관련 분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도시농업에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있지 않을까? ‘홍대=젊은이 거리’가 연상되듯 텃밭정원은 어르신들이 다양한 식물을 직접 기르고, 먹고,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문화 활동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은 생산·교육·기부·예술·이벤트 등 5가지 주제로 실버 주말농장 텃밭정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어르신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컬러푸드에 기초한 채소, 작물, 식용꽃, 허브 등 다양한 작물의 활용법 강좌는 매우 인기가 있었다.

또한 연중 볼거리, 수확거리가 있는 텃밭정원이기에 가족이나 친구를 초대할 수 있었고, 인근 장애인 아동센터와 연계한 고구마 수확 이벤트와 배추 기부 등을 통해 텃밭정원은 세대와 지역을 통합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며 어르신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프로그램에서는 신체적(감각, 행동) 정신적(감성, 인지), 사회적(관계) 등 5가지 체험유형이 진행돼 공동체 활성화와 건강한 삶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4평의 텃밭에 꽃을 심는다고 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한 어르신은 “왜 쓸데없는 꽃을 여기에 심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예쁜 꽃 때문에 눈도 즐겁고, 매우 맛있는 꽃 때문에 입도 즐겁다. 시간이 지날수록 꽃이 피고, 나비가 나는 것을 보면서 텃밭이 더 궁금해지고 애착이 생기더라.”며 변화된 자신을 발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텃밭정원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어르신들의 경우, 활동참가 전후 총 콜레스테롤이 약 5% 감소하는 효과를 보여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원예작물의 다양한 활용·섭취가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나타났다. 또한, 새로운 인간관계와 유대감 형성 등 공동체 활성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사회에 건강도 챙기고 사회적 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떠오른 실버 텃밭정원은 은퇴자들의 ‘소통과 나눔’, ‘느림과 비움’의 미학을 만끽하며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문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박근혜정부에서 주창하는 소통과 융합을 통해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3.0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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