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들판에 봄이 진작 시작됐다
봄을 맞이하는 생명이 뻗고 있다
한눈 팔 겨를도 없다
새로운 마음 새로운 농법으로
올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

꽃피는 봄, 여기저기 봄꽃소식에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게, 가슴이 설렌다. 하지만 어쩌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열고 가족과 함께 즐기고 싶은 새봄의 낭만과 여유로움도 뒤로 하고 올 한해 농사를 시작해야 하기에 그렇다.
농업·농촌 환경은 여전히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미 47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고 23개국과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12개국이 함께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준비로 농업에 있어서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다. 이렇듯 개방화 파고(波高)는 높고 잦은 기상이변, 생산비 상승에다 인력부족 등 전반적인 농업여건이 녹록치 않다. 하지만 낙담만 할 처지가 아니다. 봄은 영어로 ‘스프링(spring)’이다. 즉 ‘용수철’이다. 꺾이지 않고 튀어 솟아오른다. 우리 농업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야 한다. 이젠 우리 농업은 생산 중심의 단순한 먹는 농업이 아니다. 기능성 농업, 치료농업, 관광농업이 어우러진 ‘미래형 6차산업’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봄은 농업인에게도 기지개를 켜게 한다. 살랑이는 봄바람처럼 달콤한 꿈도 꾸게 한다. 올 영농에 꿈을 심어 볼까하는 작은 설렘도 그래서 움튼다. 우리의 농업도 이제는 주먹구구식 농사가 아니다. 나이든 이들이 지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농촌도 아니다. 많은 이들이 자연적 귀농을 하고 있기에 그렇다. 농촌 선호의 사회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어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물론 과거에도 귀농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귀농은 직장생활의 조기 은퇴, 전원생활의 동경(憧憬), 건강의 자연 접근 등 여러 가지 긍정적 이유를 들 수 있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비교적 돈이 있는 부유층인 게 특징이다. 비록 영농지식과 경험은 없지만 의지와 열정, 자금력이 뒷받침 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벼농사보다는 특용작물을 위주로 경작을 한다. 농업은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개발이 융·복합해 만들어가는 창조산업이다. 농업도 돈벌이가 된다는 인식과 함께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 농업의 미래는 어느 하나의 단체나 어느 한 사람의 고민에 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생산자인 농업인은 소비자를 생각하고, 소비자인 국민은 농업발전을 위해 힘을 보탤 때 우리 농업의 미래는 밝다. 소비자는 구입하고자 하는 농산물을 만져보고, 향기를 맡아 보고 구입하는 경향이 대단히 높다. 소비자가 포장재를 개봉하지 않고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개방형으로 만드는 지혜도 필요하다.
소농(小農)구조의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이유는 없다. 좀 더 넓은 세계로 농산물 시장을 넓혀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농업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잇따라야 한다. 당장에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농산물을 내다 팔아서는 안 된다. 최근 중국과의 FTA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풍부한 중국시장을 잘 활용하는 것도 그 중 한 방법이다. 우리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질 높은 농산물 수요를 증가시키고 그 수요에 맞춰 생산 및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농업인도 수출을 위한 농산물유통에 협력해 상호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농촌 들판에는 봄이 진작 시작됐다. 손길이 닿는 곳마다 봄을 맞이하려는 생명이 뻗고 있다. 한눈 팔 겨를도 없다. 새로운 마음을 갖고 새로운 농법으로 올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 흙을 갈아엎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 모진 추위를 견디고 생기 충만한 봄을 맞이하듯, 어려운 농업환경을 극복하고 살아 숨 쉬는 봄을 느끼듯, 올 농사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풍년농사를 일궈가자. 바로 봄에 시작하는 농사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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