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인순 씨의 ‘넬라 판타지아’… 해밀학교 1년

다문화인이 세운 최초의 다문화학교
책임감과 자율…조화 이룬 교육

준비 단계부터 ‘인순이 학교’로 화제를 모은 ‘해밀학교’가 설립된 지 1년이 지났다.
2013년 초 강원도 홍천의 한적한 농촌 명동리에 설립된 이 학교는 4월 11일 개교식이 열리며 7명의 학생으로 출발했다.
해밀학교는 출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그 자신이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 녹녹치 않은 삶을 살아온 가수 인순 씨가 세운, 국내 최초의 다문화대안학교이기에 더욱 의미가 더해졌고 관심을 받아온 해밀학교의 1년 여정을 돌아봤다.

 

관심만큼 커간다
시골의 대안학교 개교식에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비롯한 내외빈 500여명이 참석해 마을주민들이 “명동리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손님이 왔다”고 할 정도의 성황을 이룬 것은 그만큼 해밀학교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배산 임수의 수려한 경치에 한옥의 격조 높은 수업실, 생활관 등 인프라에 비해 ‘인순이’라는 막강한 홍보채널을 갖췄음에도 7명의 적은 인원으로 출발한 해밀학교는 그만큼 비수도권에서 다문화대안학교의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하지만 개교 1년이 되가는 지금 200명에 달하는 개인후원자와 15개 기업의 지원 속에 학생수도 21명(수시 모집)으로 늘어났다.

▲ 지난해 7월 인근 돌매마을에서 송어잡이 체험을 함께한 김인순 이사장.
김이사장 7년의 산고
김인순 이사장은 “참여 학생이 적더라도 아이들이 이곳에서 정말 행복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안학교를 만들어 보자. 그러다보면 참여 학생 수도 많아질 것이고 교육커리큘럼도 점점 발전할 것이라고 학교관계자들과 함께 스스로 용기를 북돋았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유명인사 김인순 씨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해밀학교의 성장은 7년이라는 세월 동안 김인순 이사장의 치밀한 준비와 자신이 겪었던 동류(同類)로서의 헤아림, 학생들의 입장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 운영방식이 원동력이라는 주변의 평가다.

‘능동’이 자신감 키워
‘해밀학교’는 중·고 통합의 6년 과정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역사 체육 등 7개 ‘보통교과’를 7명의 교사가 가르치고 ‘특성화교육’으로 △자립기초과정(인성, 심리, 자아탐색 청소년경제 철학 명상 등)과 △합창 연극 영화 풍물 밴드 등 프로젝트과정 △백두대간·국토순례 등 자유여행 △디자인 회화 도예 등 예술문화과정 △중국어 따갈로어 몽골어 베트남어 등의 이중언어과정 △직업탐방 인턴십 자기연구 논문 등의 자기주도과정 등 6개 분야 교육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마을환경미화 자원봉사활동, 동아리생활, 겨울축제개최, 김장담그기 체험, 숭어축제 참여, 미술학교 디자인교실 등을 선생님들의 ‘약간’의 조언과 조력 속에 자율적으로 척척해 내고 있다. 특히 교복은 아이들이 동대문시장을 직접 방문, 원단을 사고 강릉 원주대 패션학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 한 후 재단까지 해서 만들어 입었다.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 지난해 11월26일 가수 김종진 씨 등이 기타를 기증했다.
학습보다 ‘행복’에 가치
해밀학교는 아직 정규교육 비인가교육 시설이지만 이곳에 아이들을 맡긴 학부모들은 지난 1년간 밝아진 아자녀들을 보며 당초의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는 표정이다.
한 일본출신 엄마는 “딸아이가 정규교육과정을 못 받는다고 생각해 고민도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딸아이가 (해밀학교에 온 후) 눈에 띄게 밝아졌고 적극적으로 변했다. 아빠 엄마를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무엇보다 아이가 행복해 보인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기뻐했다.
베트남 엄마를 둔 심은미(가명·15) 양은 이곳에 오기 전 춘천의 한 일반학교에 다녔었다.
심 양은 “그 동안 조금 다른 외모 때문에 은근히 왕따로 대우받았는데 여기 와서는 다 비슷한 환경과 처지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너무나 편하다.”고 말했다.

사랑속에 크는 아이들
김인순 씨는 김장 담그기, 윷놀이대회등 크고 작은 마을행사와 잔치에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빠짐없이 참석한다.
주민들은 처음에 TV에서나 보던 유명가수가 몸뻬 바지차림으로 함께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순 씨를 명동리 주민처럼 대하고 있다.
이런 인순 씨의 허물없는 소통은 해밀학교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친근감은 마을주민들로 하여금 해밀학교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부모성애(父母性愛) 작용한다. 김인순 이사장과 선생님들, 마을주민들과 이들을 보는 사회 각계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활짝 피어오르고 있다.
해밀학교의 성공은 지난해 설립까지는 순전히 김인순 이사장의 몫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다문화대안학교라는 사회적 시도를 보는 우리들의 몫인지도 모른다.
인순이 씨의 ‘교육 넬라 판타지아’는 그 곡의 선율과 가사만큼이나 아름답게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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