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희망을 여는 다문화 농가 (1) 고령 이미래(베트남 출신) 씨 가정

▲ 남편 이정화 씨와 함께 수확바구니에 시금치를 담는 미래 씨의 웃음이 싱그럽다. 이정화-이미래 씨 부부는 풍성하게 자라난 시금치처럼 푸른 미래를 꿈꾼다.

이명희 멘토와 생활개선회 함께 활동
경북농기원에서 ‘多’ 배워 ... 한국 요리 ‘척척’·농기계도 ‘능숙’

다문화인구 150만 명 시대에 접어드는 2014년의 대한민국.
25만의 결혼이주여성과 이들 가정의 가족들은 이미 우리 인구의 5%를 향해가는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를 열어가고 있다.
특히 농촌사회에서 다문화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농촌 미래에 대한 ‘버팀목’ 역할이 날로 더 해가고 있다. 농촌다문화여성들을 건강한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키워 내는 것은 그래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농촌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한국의 억척여성농업인으로 발전해 나가는 이들...고령의 이미래 씨 가정을 찾았다.

농사일 남편 가르칠 정도
“우리 미래 모르면 고령사람 아니죠!”
이명희 생활개선경상북도회장은 자신을 멘토로 따르는 이미래(30·베트남 명; 레티투이) 씨를 이렇게 평했다.
미래 씨는 베트남 컨텀 주 출신으로 경북 고령군 우곡면에서 시설재배수박, 양파, 시금치를 재배하는 이정화(49) 씨와 결혼, 한국생활 12년째를 맞고 있다.
미래 씨는 시설재배를 통해 연 5,000만원을 올리는 고소득 농가의 안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다.
미래 씨를 바라보는 남편의 얼굴은 애정이 가득담긴 흐뭇함이 떠나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낯설고 물선 먼 타향으로 시집와 고생 많이 했죠. 이제는 저 못지않은 농사박사가 됐어요. 베트남에서 먹는 속이 노랗고 푸석한 ‘파파오’ 수박보다 한국수박의 사각사각 씹히는 맛을 좋아하죠.”
웬만한 농기계도 능숙하게 다루는 미래 씨는 이제 농사에 관해 파종 재배 방재 출하에 이르기까지 남편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할 정도다. 농촌에서 서른 살이면 아직 ‘새파란’ 나이이며 여성인데도 미래 씨는 농사 박사가 다 됐다.

▲ 작년 11월 경북농기원에서 아동요리지도사 1급 과정을 수료한 미래 씨는 “존경하는 멘토님과 함께 해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오른쪽이 이명희 생활개선경상북도회장)
미래 씨는 ‘참여’파
미래 씨는 적극적이다.
이미 6년 전인 2008년 생활개선고령군연합회에 가입, 지역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생활개선회원 교육에도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다.
“당시 고령군생활개선회장님이던 이명희 멘토님의 도움이 컸죠. 생활 상담에서부터 육아, 한국음식 만드는 법, 각종 교육...내 생활의 모든 것을 친엄마처럼 가르쳐주시고 보살펴주셨어요. 아마 멘토님이 없었다면 이렇게 쉽게 적응하지 못했을 거예요.”
미래 씨는 2011년 경상북도농업기술원(원장 채장희)에서 주최한 ‘농촌다문화가정 영농 조기청착 지원방안’ 심포지엄에 당당히 사례발표자로 나서 한국농촌생활에 연착륙 한 자신의 경험과 멘토링의 역할, 자치단체의 다문화지원정책의 효율성, 다문화정책 희망사항 등을 발표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조영숙 경북농기원 생활개선담당 지도사는 “미래 씨는 농촌다문화여성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정착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며 “물론 남편과 주변 분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멘토 역할을 해 주시는 것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이웃과 어울리려 하고 참여 하며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북농기원이 주최한 ‘농촌다문화가정과 함께는 아동요리지도사 1급 교육’과정도 수료, 요리 솜씨도 뽐내고 있다.

마을의 보배
미래 씨는 고령군에도 큰 선물을 주었다.
날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농촌사회에 세 명의 천사를 선사한 것.
초등학교 6학년 큰 딸 지원이와 아홉 살 둘째딸 은진이, 그리고 막 돌이 지난 막내아들 도윤 군이다.
아이들은 마을에서도 활력소다. 고령군에서도 이미래 씨 가정처럼 다산가정은 복덩이나 다름없다.
미래 씨는 이제 지난 12년간의 한국생활을 바탕으로 주변의 결혼이주 새댁들의 멘토가 되고자 한다. 미래 씨는 “반대로 한국 여성들이 얼굴도 다르고 말도 틀린 머나먼 외국농촌으로 시집간다고 생각해보면 결혼이주여성들이 처음에 얼마나 어리둥절하고 당황하고 걱정이 많을지 상상이 갈 것.”이라며 “저도 같은 세월을 거쳐 왔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 새로 시집오는 외국인 여성들을 위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 씨는 연말연시를 맞아 이것저것 바쁜 마을 농가들의 품앗이 참여, 마을어르신 경로행사, 불우이웃돕기 일손 돕기 등 야곡마을의 ‘또순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래 씨는 하우스 안에서 남편과 함께 짙은 초록으로 익은 시금치를 흐믓하게 바라본다.
미래를 여는 미래 씨의 행복한 일상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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