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 “한국농기계 정말 우수하네요” 필리핀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농업기술을 배우러 온 연수단이 경북농업기술원에서 한국농기계 사용법과 성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다문화여성…농업 ‘한류’ 전도사로 나서다

“한국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선진국까지 발돋움 했는지 이제야 의문이 풀릴 것 같군요.” 필리핀 일루일루 주(洲) 바장안 시(市) 공무원인 카르멘 씨(33)는 지난달 25일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을 방문, 견학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르멘 씨를 비롯한 새마을지도자, 지역공무원 등 4명은 경주시새마을회와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서 ‘한 수 제대로 배웠다’는 표정들이었다.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새마을운동, 한국에 시집 온 동포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소감을 들어본다.

필리핀 이주여성, 고향 새마을 전문가 초청
평소 경북농기원 다문화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가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으로 경주시에 사는 조셀린(40세), 제니린(45세)씨는 최근 잊을 수 없는 보람 있는 일주일 여를 보냈다.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경주시새마을회와 경북농기원의 도움을 받아 친정 마을인 필리핀 일루일루 주 바장안 시와 레온 시 지역공무원·농업 지도자 4명을 초청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전수하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통역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로셀린 씨가 담당했다.
연수단은 20일 경주시새마을회관에서 50여명의 회원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고 21일 경주시새마을회에서 새마을지도자들의 역할과 발자취를 듣는 것으로 본격적인 ‘새마을 학습’을 시작했다. 21일 청도군새마을발상지 전시관을 찾은 이들 중 레온 시에서 온 칼디토(공무원·25)씨는 “박정희대통령이 기차를 타고 이 부근을 지나다가 차창을 통해, 자력으로 수해복구 중인 마을주민들을 보고, 열차에서 내려 이들을 격려하다가 새마을운동을 구상하게 됐으며 그것이 계기가 돼 이 마을(경북 청도군 신도마을)이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가 됐다는 말을 듣게 됐다.”며 “과거 농촌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 한국농촌의 옛날 모습은 필리핀보다도 오히려 낙후된 것 같은데, 부지런한 국민성에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한국이 오늘처럼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24일에는 구미시에 있는 경상북도새마을회관에서 새마을운동교육이 실시됐다.
바장안 시에서 온 빌라 씨(농업지도자·54)는 “교육을 통해 들은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새마을정신 슬로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우리 마을도, 필리핀도 한국의 새마을 정신으로 노력해 나가면 언젠가는 한국 못지않은 부유하고 강한 나라가 되지 않겠느냐?”며 비전을 토해냈다.

▲ 경북농업기술원을 찾은 연수단 일행. 채장희 원장(앞줄 가운데) 등 교육담당자들과 함께.
“식물공장, 우수한 농기계...감탄”
일행은 25일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을 방문, 전문가들로부터 영농기술교육도 받았다.
연수단 중 유일한 여성 카방갈 메리 그레이스(농업지도자·29) 씨는 “경북농기원 식물공장을 보고 시설과 운영, 다양한 식물과 육종기술을 보고 감탄했다.”며 “특히 신품종개발을 위한 종자개량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행은 농업기술원의 역할에 대한 특강을 받은 후 “한국농촌이 잘 살게 된 원동력이 새마을 운동과 선진 영농 기술을 보급한 농업기술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면서 “필리핀에도 이렇게 체계적으로 농업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보급하는 기관이 하루 빨리 설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르멘(33세)씨는 “막상 말로만 듣던 한국에 와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지만 농업기술원에 와서야 어떻게 한국이 발전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면서 “한국의 선진농업 기술을 열심히 전수받아 필리핀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채장희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을 농촌의 우수한 인력으로 육성하고 또 그분들을 통해 농업한류와 새마을운동이 세계 저개발국가에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칭찬받는 동포들 고맙고 자랑스럽다”
카르멘 씨는 “한국에 시집와 잘 정착하고 행복해 보이는 조셀린, 제니린 씨를 보니 정말 흐뭇하다. 과거에는 필리핀 여성들이 가난을 피해 해외결혼으로 이를 모면하거나 잘사는 외국에 가정부로 나가서 고향에 돈을 부쳤다.”며 필리핀의 어두운 과거를 상기하면서 “이제는 자유연애, 소개 등으로 국제결혼의 양상이 많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두 분에 대한 새마을회 회원들, 농업기술원 직원들의 칭찬이 많다고 들었다. 한국농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모범을 보여 필리핀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포 이주여성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애틋한 소감도 나타냈다. 연수단은 경주문화유적지 관람, 경주시청·시의회 방문과 시장·의장 면담을 끝으로 한국의 새마을을 가슴에 품고 필리핀으로 향했다.
 

“새마을체험…신의 축복이었다”

경북농업기술원에서 영농교육... 자신감 생겨

▲ 카방갈 메리 그레이스
한국에 와서 새마을 체험의 기회를 갖게 된 것,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서의 영농교육 등은 나에게 있어서는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다.
한국인에 대해 느낀 점은 우선 ‘비전이 충만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 가면서 열심히 일한다는 느낌...
이런 눈부신 발전이 불과 30년 남짓에 걸쳐 이룩된 것이라고 들었을 때는 믿을 수 조차 없었다.
한국은 농업부문에서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선진국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농기계와 하우스시설, 농자재 모두 품질이 우수했고 뛰어난 영농기술을 갖췄다.
경북농업기술원에 방문했을 때 우리일행을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열정적으로 교육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웠다.

▲ 카방갈(앞줄 오른쪽) 씨 등 연수단 일행은 지난달 21일 청도 감재배 농가를 견학했다.
짧은 일정 동안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얻었다.
바로 ‘자신감’이다. 시계를 40년 전으로 돌리면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이 이렇게 성장했다.
한국의 체계적인 새마을운동과 국민들의 근면한 정신을 배우면 우리 필리핀도 잘 살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번 한국방문 경험과 교육을 통해 다져진 각오가 우리 마을에서도 꽃필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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