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향토음식은
우리의 역사, 전통, 문화, 정신이
반영되어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중국 고사에 ‘순갱농회(蓴羹膿膾)’라는 말이 있다. 순채국과 농어회란 뜻으로 고향과 고향음식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정을 가리킨다. 중국 진나라 때 장한이라는 사람이 멀리 타향에서 관리로 일했는데, 가을바람이 불자 고향의 농어회와 순채국 생각이 간절했다. 장한은 그날로 관직을 물러나 말을 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장한이 고향으로 돌아간 이유가 전적으로 음식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음식이 고향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은 틀림없다. 수백년 뒤, 청나라 시대에 그곳을 지나던 한 고위관리가 장한이 즐겨먹었다던 농어회를 만들어 올리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데리고 온 요리사는 북쪽에서 온 사람이어서 농어 조리가 익숙하지 않았다. 농어회를 맛본 관리는 “옛날에 장한이 농어회를 먹고 싶어 벼슬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더니, 이제 보니 순전히 엉터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모든 요리는 식재료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손맛과 조리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 관리는 몰랐던 것 같다.

옛 음식 맛을 그리워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장성한 뒤에도 어려서 먹던 고향음식을 즐겨먹거나 그리워한다. 우리나라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향토음식이 있다. 지방마다 향토음식의 특징이 다른 것은 지형이나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형적으로는 북부 지방은 산이 많고 중부와 남부는 평야가 발달했다. 산간 지방에서는 육류와 생선류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소금에 절인 생선이나 말린 생선으로 만든 음식이 많고, 해안 지방은 생선이나 조개류, 해초류가 주된 식재료다. 평균기온이 높은 남부 지방은 젓갈 등 짜고 매운 양념이 발달했고, 반면에 북부 지방은 음식의 간이 남쪽에 비하여 싱거운 편이다.
최근에는 산업과 교통이 발달하여 특정 지역의 생산물이나 조리법이 공유되고 있으나, 각 지역 향토음식의 고유한 특색도 남아있다. 서울은 우리나라의 수도답게 화려하고 맵시를 중시하며 식품을 복합적으로 쓰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도는 여러 가지 식재료가 고루 생산되어 음식이 소박하면서도 다양하다. 강원도는 감자, 옥수수, 메밀 등 지역 특산품을 위주로 한 소박한 음식이 발달했고, 충청도는 사치스럽지 않고 양념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수수한 맛이 특징이다. 전라도는 조선시대부터 서울, 개성과 함께 화려한 음식으로 유명하며 감칠맛이 뛰어나고, 경상도는 기후가 따뜻해 맵고 짠 음식이 발달했다. 제주도는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으며 소박하고 부지런한 주민들의 특성이 향토음식에도 남아있다.

지역별로 식재료, 조리방법이 다르고 향토음식도 다양하지만, 모두 하나같이 건강식이고 기능식이다. 그동안은 소중한 지역음식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였고 연구도 미흡하였으며 홍보도 부족하였기 때문에 저평가되었으나 요즘 ‘웰빙 열풍’을 타고 향토음식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역의 음식을 찬찬히 분석해보면 조상의 문화가 담겨있고 음식의 맛과 멋이 깊숙이 느껴진다.

향토음식은 맛과 멋,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매우 크다. 농어촌 지역의 특색 있는 유·무형 향토자원을 발굴하고 1·2·3차 산업을 연계한 6차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농업이 1차 산업의 한계를 넘어 2차 식품가공, 3차 관광·향토음식 산업과 융복합해 새로운 형태의 산업인 6차 산업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 ‘창조농업’의 핵심이다. 향토음식은 식품 관련 연구개발, 맞춤형 신상품 개발, 가공설비 구축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향토음식의 맛과 멋에다 위생, 건강, 안전, 포장, 디자인 등 현대적 감각이 가미되면 금상첨화이다.

향토음식은 우리의 역사, 전통, 문화, 정신이 반영되어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향토음식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여 전통문화를 살리고 창조농업 시대를 열어나가자.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