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주산지 현장을 가다 - 영양 고추

일교차 커 고추가 달고 향 좋아
전체농가 3800호의 75%가 고추 재배
토종 수비초고추는 맛 좋아 없어 못팔지경
영양고추유통공사 설립, 고추수매판매 보장

농촌여성신문은 지역을 일으키는 동력 현장탐사기획으로 ‘명품주산지 현장을 가다’ 특집기사를 게재중에 있다.
이 현장탐사작업은 주요농산물 품목별 유명산지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인기축제개최 고장을 찾아 성공을 이끄는 주민의 열정과 요동치는 동력을 집중탐사, 조명할 계획이다. 이 탐사작업은 우리 농촌개발과 농업소득증진에 기여하는 훌륭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호에는 국민의 총애를 얻고 있는 영양고추의 명망을 알아보기 위해 경북 영양군을 찾았다.

▲ 이영갑 영양군농업기술센터 소장.
영양 군계(郡界)를 들어서는 길목에는 대형 입간판이 우뚝 서 있었다. 그 입간판에는 ‘으뜸고추 영양고추’라는 글귀와 함께 빨갛게 영근 탐스러운 고추 그림이 그려져 길을 찾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읍내에 접어들자 도로 연변에 서있는 가로등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든 모조고추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이것만을 보고도 영양군민의 고추에 대한 자긍심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영양군농업기술센터 이영갑 소장을 만나자마자 이 얘기를 하며 영양고추 자랑부터 해달라고 했다.
“우선 영양고추는 맛이 달고 향이 뛰어나며 색깔이 곱고 선명합니다. 그리고 밤낮 온도차가 커 영양성분이 많이 축적되어 고추껍질이 두터워 고추를 빻으면 그 양이 많습니다.”
또 고추가루가 물에 떠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하여도 진한 맛이 많이 나고, 특히 김치를 담갔을 때 고추가루가 배추에 깊게 스며들어 빛이 좋고 맛이 골고루 퍼진다고 했다.
이런 영양고추의 장점 때문에 영양에서는 꽈리고추, 조림고추 그리고 맵지않은 물고추인 오이고추는 재배하지 않고 오직 홍고추(건고추)만을 재배하고 있다는 것.

- 이같은 명품고추를 재배 생산하게 되는 입지조건은 어떤지요?
“고추가 가식되는 시기에 맞추어 알맞게 비가 내리고 특히 수확이 임박해서는 열매가 물을 많이 요구하는 때에 비가 적당히 내리는데다 햇볕쪼임이 좋아 좋은 고추를 따게 되죠. 특히 올해와 같은 뜨거운 폭염에도 불구, 영양군은 밤에 열대야를 모르고 살만큼 밤기온이 낮아 고추재배의 천혜의 조건을 가진 곳입니다.
토질은 수분흡수와 뿌리내림이 좋은 식양토로 역시 고추재배의 최고의 토양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순한 맛 고추 9종과 매운 맛 고추품종 10종 총 19개 품종이 재배되고 있는데, 특히 수비초, 칠성초 등 토종초가 있어 국민의 환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 토종고추 중 수비초는 달고 색이 윤택하며 비타민 함량이 뛰어날 뿐더러 식감 좋아 일반재래종이 600g당 5,000원을 받는데 반해 수비초는 직거래로 1만원의 좋은 값을 받고 있다고 한다.
수비초는 이처럼 비싼 값을 받는데도 때로는 수요가 폭발해 물량이 딸릴 때가 있다고 한다. 이어서 영양고추가 군전체 농업소득에 기여하는 몫이 얼마인지를 알아봤다.

전체 농업소득중 고추소득이 45%를 점한다고 했다. 고추는 영양군민의 생계를 좌우하는 최대 소득작물이다. 영양군내 전체 농가3800호 중 고추재배 농가만 2500호로 농가중 75%가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전체 고추 재배면적은 1,900ha내외, 2011년 고추로 거둔 소득은 1,700억원, 2012년 1,000억원정도, 올해는 전국 고추풍작으로 가격이 하락해 700~800억원 소득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영갑 소장과 김일현 고추지도팀장은 군내에서 고추재배로 1억원 이상 소득을 거두는 농가가 400호에 이른다며 고추야말로 영양의 존재 기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영양군 고추재배의 기원(起源)은, 일제시대에 만든 경북농업 통계지에 따르면 경북도내 10대 농산물 중 영양고추를 기록해 놓은 것으로 보아 그 이전 일찍부터 고추농사를 시작,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본다고 했다.

▲ 박창환 영양고추유통공사 사장.
여기서 영양고추유통공사 박창환 사장을 만났다.
박사장은 “군 당국은 2006년 공기업인 고추유통공사를 설립, 농가가 생산한 고추 30%를 수집, 수매로 가격보장을 해주고 있습니다.”라며 수매절차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줬다.
올해 계약된 수매물량은 7,300톤에 이른다. 수매조건은 시중에 형성되는 고추가격보다 높게 책정해 주는데 수매가격은 kg당 1800원 선이다.
수매절차는 계약 전 수매품종과 가격을 사전 고시하고 난 뒤 수매에 들어간다. 올해 수매품종은 매운 고추 9개품종, 순한 맛 품종 9개 등 총 18개 품종이 고시되었다.

수매절차는 4월~5월 농가와 계약한 뒤 한달 뒤 선금급(先金給)을 30% 우선 지급해 준다. 그리고 판매 뒤 대금을 정산해 지급한다. 수매시는 농가에서 고추꼭지를 제거한 뒤 공사에서 내준 수매상자에 담아 놓으면 공사가 농가를 방문해 현물을 수집, 특등과 1등, 2등급과 매운고추, 순한고추 두 부류로 선별한다.
선별된 고추는 기계에 투입해 세척, 이물질 선별 제거, 재세척, 고추절단, 그대로 판매에 들어가는 건고추와 가루고추로 가공한다. 가루고추는 업계로부터 주문가공 생산해 낸다. 가루고추는 포장제품 형태와 포장크기가 다양하다. 그리고 고추씨는 고추기름으로 만들어 판다.

고추유통공사는 고추 수매로 농가를 보호하여 재배농가는 판매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최근 고추풍작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경북도내 고추생산농가가 도청앞으로 가 고추수입을 막아달라는 항의집회가 있었는데, 영양군민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고추유통공사는 이 제품을 중앙 음식점협회와 제휴, 판매하는 한편 군부대, 학교급식 또는 대형 유통업계와 계약 납품한다.
판매가 끝난 뒤에는 공사측에서 수매농가를 대상으로 출하 장려금(kg당 100원)을 별도로 내준다. 그리고 유기질퇴비, 부직포, 비닐, 지주목 등 농자재를 무상지원해 농가의 고추 증산을 독려한다.
한편 군내에서 생산된 나머지 고추 30%는 농협에서 수매하고 그 나머지 40%는 농가에서 거의 대부분을 직거래로 판매한다고 했다.
군농업기술센터는 고추대학과정으로 기초반, 고급반을 두어 학급당 40명을 선발, 매월 2회 1년과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학이수자들은 안동대학과 고추시험장과 연계하여 150명 대상 심화반을 구성, 고추재배 정예요원을 육성하고 있다. 그리고 센터에서는 농기계 임대사업을 통해 고추파종전 기계 토경(土耕)사업을 지원, 재배지를 깊게 파주고 병충해 방제기종을 임대해 병충해 방제를 적극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환경관리실을 설치 운영해 토양검정, 수질검정, 식물체제분석 등 고추재배 환경개선 기술지원에도 힘써 연간 1000여 농가에 기술 검정 지도중에 있다.
센터는 농업인의 노령화 가속으로 재배면적이 감소할 것에 대비하여 하우스재배에 의한 현 생산량 유지와 나아가 증산을 촉진하고자 비가림하우스 증설 운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한 고추의 방아다리 ‘첫번째 분지(分枝)’ 흩어내리기 작업을 통해 채광확산, 숙성촉진, 고추빛깔 윤택하게 내기 등의 기술 지도에도 배전의 힘을 쏟을 계획이다. 방아다리 흩어내리기 작업을 끝낸 고추는 2~3차례만 고추수확을 한 뒤 잠정 중단, 9월말 마감수확시 한꺼번에 콤바인을 활용해 노동력을 경감하는 수확기술 개발에 힘써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면밀하고 강력한 행정력과 지도력을 발휘함으로써 영양고추의 명품화와 명성은 앞으로 계속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고추산업 현황

고추따기 기계화 불가능 재배 갈수록 줄고 수입량 늘어

고추는 중앙 및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가지과(科)의 다년생 작물이다.
우리나라의 고추도입은 임진왜란 전후 일본에서 들여왔다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고추는 풋고추인 녹광, 조림용인 꽈리, 매운 청양 맵지 않고 물이 많은 오이맛을 지닌 고추가 있다.
고추 특유의 맛은 음식을 전혀 다른 맛으로 탈바꿈 시키는 특징때문에 음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고추장과 고춧가루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양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추의 대표적 기능성 물질인 캡사이신은 통증억제, 지방축적억제 등의 기능으로 의약품과 기능성 식품에 널리 이용된다.
우리나라의 고추재배농가와 재배면적은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줄고 있다.
그러나 10a당 소득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1년 322만원까지 상승한 바 있다. 고추재배가 줄어드는 원인은 수확작업에 있어서 기계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재배면적의 감소로 건고추의 자급률은 2000년 84%, 연평균 4%씩 감소 2011년 44%까지 급감한 상황으로 고추수입량은 2000년 3만톤에서 2010년 9만5천톤까지 증가되고 있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90%이상 고추를 수입하는데 수입된 고추는 대부분 김치가공공장에서 소비한다.
중국산 고춧가루에 대해서는 국내산과 대비해 품질, 맛,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기피하는 상황이다.
한국고추의 수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교포시장을 겨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우리의 고추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세계 외식시장 진출이 기대되는 찜닭, 해물찜, 떡볶이 등에 국산고추를 많이 이용, 고추의 부가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동반 수출의 길을 늘려가야 한다.

■ 현장인터뷰 - 고추생산 대표농가 남호길 씨

고추농사 30년 주문대로 맵고, 순한고춧가루 생산 직거래

영양읍 양구리 남호길 씨는 1983년 농업경영인으로 선발, 농업에 입문해 1985년부터 지금껏 근 30여년 고추농사를 지어온 촉망받는 고추재배 농업인이다.
그는 8,000평의 농지에 나자란, 다복, 맛깔 청양 등 재래종과 토종인 수비초를 재배하고 있다.
일찍이 90년도부터 비가림하우스 100평 1동을 설치, 친환경고추도 생산해 내고 있다.
그는 고추증산을 위해 수확을 마친 뒤 재배지를 트랙터로 심경(深耕)해 놓는다. 그리고 톱밥과 낙엽을 구해 자가퇴비를 제조하는 한편 매입(買入)퇴비로 홑골에 시비, 외줄재배를 한다.
날씨가 차가운 준고령지라서 2월14일 늦게 파종, 다음날 포트가식, 4월25일부터 5월초 정식(定植)재배에 돌입한다.
8월10알 전후 수확절정기를 맞이하며 10월20일이내에 수확을 마감한다.
올해는 날씨가 더운데다가 비가 적어 고추가 검게 잘 익어 미숙과 없이 양질의 고추를 생산해 냈다.
제초는 헛골에 부직포와 검은 비닐을 피복, 제초제 사용을 줄이고 있다. 수확을 앞두고 방아다리 흩어내리기 작업을 해 채광을 좋게 하고 과중(果重)을 균등하게 하는 한편 고추따기 노동력을 경감하고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미숙과 경감, 고추의 단맛을 높인다고 했다.
고추따기가 제일 어려운 과제이다. 10여년 전부터 대구 근교 화원과 옥포에 나가 여성인력 6명을 초빙, 40일간 집안 식구와 함께 숙식하며 정식(定植) 수확작업의 손을 빌리고 있다고 한다.
남대표는 자체적으로 꼭지따기와 고추절단카터와 세척기, 건조대, 제분기, 저온창고 등 가공시설을 갖추어 주문에 따라 매운가루, 순한가루를 만들거나 혼합 직거래 판매한다.
주고객은 경기도 일원과 서울, 특히 분당에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직거래를 하는데 전화 또는 팩스주문에 따라 팔고 있다.
단골고객만도 근 200여명. 생산량 총 만3천근 전량을 직거래 판매한다. 조수입은 2013년 1억5천만원, 올해는 1억2천만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대표는 이같은 직접가공 직거래로 이웃들보다 많은 부가소득을 얻고 있다.
남대표는 따로 8,000평의 농지에 참나물, 감자, 배추, 무, 양배추를 복합재배해 총소득 2억원 이상을 얻고 있다.
그는 앞으로 품이 적게 들고 값이 좋은 산채재배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리고 비가림하우스재배를 1,500평으로 대폭 확대, 일반 노지재배의 kg당 3,000~5,000원 대비 1만원을 받도록 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에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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