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다문화특별기획 - 해피투게더 :보티씨의 베트남 친정방문 동행기

▲ 보티씨의 친정엄마 ‘뚜잇홍’씨(오른쪽에서 세번째)는 “손자들도 반갑지만 사돈까지 오셔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

농촌여성신문은 지난달 15~19일까지 다문화결혼이주여성 베트남 친정방문 동행취재와 함께 한국-베트남 다문화교류의 가교 호치민 한국문화원과 베트남 빈농 성 관계자 인터뷰 등을 현지 취재했다. 보령시 미산면에 사는 오인수-보티 씨 부부는 보령 웅천농협(조합장 김응기)의 후원으로 베트남 빈농 성에 있는 보티 씨 친정을 방문했다. 보티 씨는 “친정엄마가 외손자 한 번 안아보고 싶다고 항상 말씀하셨는데 오늘 그 소원 풀었다.”고 행복해 했다.

“사돈 이렇게 친절하니 딸 시집 잘 보낸 것 같아”
베트남 빈농 성 탕탄 마을은 베트남남부 중심지 하노이에서 남서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농촌이다.
보티(30) 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23세 때인 2007년 남편 오인수(48) 씨를 만나 한국에 와 충남 보령시 미산면에 정착했다.
하노이 공항까지 나와 딸 부부를 기다리던 보티 씨의 어머니는 일행을 맞으며 눈물부터 짓고 두 외손자를 꼭 끌어안았다. 딸을 한국에 시집보내고 그리움 속에 살았다는 뚜잇홍(63) 씨는 “외손자들을 안아 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며 “사돈 내외도 이 먼 나라까지 찾아와 인사할 정도로 친절하니 딸을 시집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안사돈 김복순(70) 씨의 손을 꼭 잡았다.
오인수 씨 가족은 부친 오동연 씨가 “내년 팔순 때 보내주기로 한 해외여행 대신 한 해 앞 당겨 올해 베트남에 가서 사돈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해서 이번 여행에 함께 했다. 오 할아버지는 “먼 나라에 귀한 딸을 보내주신 사돈들께 그게 도리”라고 했다.
보티 씨는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척들이 (시부모님들까지 베트남까지 오신 것에 대해)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은 잘 안통해도 즐거운 ‘다문화 사촌’들

▲ 다문화 사촌들의 즐거운 한때.
외할머니 집에 온 두 아들 광열(6)이와 주열(3)이는 다소 향이 진한 베트남음식들을 참 맛있게도 잘 먹는다.
엄마에게 배운 기초적인 베트남어로 외할머니·이모에게 말도 자주 건넸다.
말은 잘 안통해도 이모, 삼촌의 자녀들인 사촌들, 동네아이들과 어울려 뛰어노는데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서로 익숙지 않은 발음으로 이름을 불러가며 밤이 깊도록 깔깔거리고 놀이를 그치지 않았다.
보티 씨의 고향친구들은 보티 씨 가족이 왔다는 이야기에 한달음에 달려왔다. 4성조의 베트남 억양으로 끊이질 않는 수다는 달리 조용한 고향마을에 뜻하지 않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오 씨는 아내의 친척 벌 되는 총각들과 술도 한잔하며 손짓과 표정으로 매형-처남간의 힘겨루기를 나눴다고 한다.
▲ 보티씨와 친구들의 끊이지 않는 수다.
오 씨는 “우리나라 농촌마을에서 도시로 시집 간 누이가 남편이랑 고향에 오면 어떤 사람인가 ‘염탐’ 하듯이 나도 그런 관찰대상이 됐다. 하지만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 놈 괜찮은 녀석인가보다 하는 것 같았다.(웃음)”며 “아내는 고향마을에도 한국으로 시집오려는 처녀들이 있는데 그들은 자기모습을 보고 한국을 상상한다며 나(보티)에게 더 잘해줘야 한국을 더 좋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 씨 부부는 지난 달 19일 베트남에 갔다가 27일 보령에 돌아와 다시 일상을 맞았다.
보티 씨는 “웅천농협이 준 뜻밖의 선물은 남편을 비롯한 우리가족, 친정가족과 마을친구들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행복을 선사해줬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매형과 한잔하는 남동생들도 보기 좋다. 한국에 돌아가면 열심히 농사짓고 돈 많이 벌어 농협에 돈 많이 가져다 줄 것(저축).”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언젠가는 친정 부모님들도 한국에 한 번 다녀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반 허우’ 베트남 빈농 성(省) 대외협력국장

“우정의 마을로 ‘사돈나라’ 우애 더 깊어질 것”

9월 17일 농촌여성신문 취재진은 호치민 한국문화원 원장일행과 빈농성 성청(省廳)을 방문, ‘반 허우’ 대외협력국장을 만나 ‘우정에 마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베트남 사람치고는 상당히 큰 키(180cm)에 후덕한 인상을 가진 반 허우 국장은 자리에 배석한 실무담당공무원들에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동원해 사업을 도우라.”고 지시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적·인적 교류가 늘어나고 있다.
빈농 만해도 지난 해 130여명의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 간 것으로 알고 있다.
베트남 전체로는 7,500여명에 이르니 한국은 이제 베트남의 사돈나라다. 18,000개가 넘는 한국기업이 들어와 있고 한국인 9만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정의 마을 사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우리는 지난 1월 호치민 한국문화원으로부터 이 사업에 대한 제안을 받고 푸옌 마을에 약 9만㎡의 유휴지를 제공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마을조성이 시작돼 한화생명이 주택 30채를 제공 해 주었고 한국의 극동대학교와 민간인 등이 후원해 이미 50채 이상의 집을 지어 어려운 이웃에게 분양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고통 받는 극빈자들이 안락한 집을 지원받아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김 원장은 일시적인 지원이 아닌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자고 말했다.
-앞으로 빈농 성과 한국의 교류계획은?
마을공동체 형태의 주거지원사업이 최초이다 보니 이 프로젝트를 잘 연착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빈농성 정부는 한국이 새마을운동을 토대로 세계적인 부국으로 성장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호치민 한국문화원과 ‘농축산단지 조성’ ‘농업교육원개설’등의 사업도 제안하고 있으며 곧 착수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단한 열정과 아이디어 맨인 김기영 원장과 일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웃음)
베트남과 한국 인민이 더 긴밀한 관계 속에서 우정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 현장 - 빈농성 푸옌 ‘한-베 우정의 마을’

▲ 김기영원장(왼쪽에서 두번째) 가족이 뜨엉씨 가족에 주택을 선물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우리 가족에게 예쁜 벽돌집이 생겼네요”

주택 300채와 한국문화단지 조성
“한국인들의 우정 덕에 여생을 예쁜 벽돌집에서 편하게 마무리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베트남 빈농성(Vinh Long) 푸옌(Phu Yen) 마을에서 복권을 팔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띤 뜨엉(85)씨는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9월 18일 ACEF 호치민 한국문화원 김기영 원장 가족(장인, 처제, 처남)이 뜨엉 씨 등 2개 가정에 넓이 4m, 길이 8m 규모의 집을 선물하고 현판식을 가진 자리에서다.
뜨엉 씨의 새 보금자리는 푸옌 마을에 들어설 예정인 ‘한국-베트남 우정의 마을’ 300채의 주택 중 하나다.
이 사업은 베트남 빈농성 정부가 유휴지 약 9만㎡를 제공하고 한화생명·생명보험공헌위원회·차일드펀드·초록우산의 후원에 호치민 한국문화원의 집행으로 조성되고 있으며 지난 4월부터 베트남 빈롱성, 짜빈성(Tra Vinh), 띠엔쟝성(Tien Giang)에서 시작, 현재 중남부 5개성에 총 93채의 집짓기 1차 희망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 상태다. 대상자는 극빈자, 홈리스, 독거노인, 전쟁피해자 가족이다.
이 사업을 구상한 김기영 호치민한국문화원장은 “2차 희망프로젝트로 △마을에 주택 300채 △지역주민 자녀를 위한 유치원(어린이집) △한국을 상징하는 한국정원을 조성하고 △한-베문화회관 건립(한국지자체공무원연수, 한국대학생·초중고 청소년 수련장, 한-베 문화교류공연장 활용) △메콩강 투어와 연계한 관광명소 추진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한-베 우정의 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후원 확대되길”
김 원장 가족의 후원처럼 한국의 극동대학교, 익명의 기증자 등 많은 한국 민간단체와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 사업은 여타 집짓기 지원 프로그램과는 달리 베트남 최초로 한국기업·한국인에 의한 ‘하나의 독립적인 마을을 조성’하게 됐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며 “베트남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친근감과 우정, 한국의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배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끝으로 “200만원이면 베트남의 어려운 이웃에게 보금자리 한 채를 선물할 수 있다,”며 “한국기업과 단체, 개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치민 한국문화원은 빈농성 정부로부터 농·축산 단지, 농업기술연구소 건립 등을 제안 받아 현지에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접목한 ‘제2의 사회적 기업(Green Company)프로젝트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원관련문의:ACEF 호치민한국문화원 84-8-3923-1273, 김기영원장 : kyk68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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