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 살림살이 정부 예산안이 확정돼 정기국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가뜩이나 나라 재정형편이 어려워 대통령의 복지공약이 후퇴하는 지경에 이르러 온 나라 안이 벌집 쑤셔놓은 것같은 형국인데, 예산안을 둘러싸고 가을국회가 난장(亂場)판이 될 것 같은 조짐마저 든다.
‘민의(民意)의 전당’이란 곳에서 민의라기보다는 선량(選良)들이 뱉어놓은 자기 출신 지역구의 선심성 공약사업을 챙기기에 급급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더 그럴 것이다. 이번 정부 확정안 중에서도 이색 사업이라 이를 만한 것들이 대체로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나 싶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에 호랑이 10마리를 풀어 야생 호랑이숲을 만든다. 또한 울릉도와 흑산도에는 50인승 중소형 여객기가 뜨고 내리는 소규모 공항 건설을 추진, 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그런가 하면 극장이 없는 109개 시·군 단위 기초자치단체에 ‘작은 영화관’을 만들고,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는데 40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의경 2만5911명에게 2만4000원짜리 축구화를 한 켤레씩 지급하는 사업도 있다.
모두가 다 ‘국민을 위해!’를 판 박듯 내세우고 있지만,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일이면 정말 ‘국민을 위해’ 접어야 한다. 선량들이 ‘난장’에서 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는 사이에도 이땅의 노인들이 하나 둘씩 싸늘하게 홀로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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