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부터 19일까지 친정을 방문하는 다문화여성과 현지 결혼이민자 사전교육장 취재를 위해 베트남을 다녀왔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잠시도 끊이질 않는 경적 소리에 창을 열어보니 왕복 8차선 도로에 빽빽이 들어선 오토바이의 물결에 숨이 턱 막혀버린다.
이야기는 익히 들어봤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무섭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이틀째 더 놀라운 것을 목격했다. 바로 ‘한류’다.
30여개의 TV 채널 중 12, 3개의 채널에서 끊이질 않고 나오는 한국드라마는 더빙으로 인해 박근형, 장혁, 문채원이 베트남어를 쓰고 있지 않다면 그곳이 한국이 아닌가 하고 착각할 지경이었다. 음악채널은 어떤가? 기자도 잘 모르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완전히 점령하고 있었다.
베트남은 불과 40년 전 만해도 우리와 총칼을 맞댔던 나라지만 이제는 제2위의 ‘결혼 교류국’이자 ‘한류수입국’이 됐다. 호치민 한국문화원의 김현각 사무국장은,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그 당시 세계상황 속에서 약소국들이 강대국들의 태풍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린 셈’이라며 이해해 준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베트남 인민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친근감을 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한국드라마의 단골소재인 불륜, 어이없는 가족관계, 말도 안 되는 상황설정 등으로 혹여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각인될 것 같아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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