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학 생물자원과학부 식품비즈니스학과 카와테 토쿠야 교수

▲ 일본대학 생물자원과학부 식품비즈니스학과 카와테 토쿠야 교수
"가족·지역사회가 여성의 능력 발휘와
자기실현의 기반이 돼야
로컬푸드와 농업이 빛을 발휘하게 된다"

오늘날 ‘식’(食)과 ‘농’(農)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말하지 않아도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는 ‘식’이나 ‘농’, 자연환경이 풍부한 농촌이나 그렇지 못한 도시가 같은 상황이다. 식문화의 원천인 로컬푸드도 그 존재 자체가 위기에 놓여있다.
최근 ‘식’과 ‘농’의 위기를 야기한 요인 중 하나는, 둘 사이의 거리가 매우 크게 벌어진 것에 기인하고 있다. ‘식’과 ‘농’의 괴리는 전쟁 후의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생산성이나 경제효율을 높이기 위해 ‘식’과 ‘농’이 자립해서 발전해 간 것에 근거한다. ‘식’과 ‘농’이 서로 의존하고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제약이 커진다. ‘농’의 측면에서 보면, 한정된 지역에서의 소비는 소량 다품목으로, 효율적인 대량생산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식’의 측면에서 보면, 생산물은 지역의 풍토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므로 품목의 종류나 시기에 의한 제약을 받는다. 서로의 제약에서 벗어나 ‘식’과 ‘농’이 각각 고유의 논리에 근거해 농업과 식품산업 등으로서 독자적으로 발전하고, 전국적, 더 나아가 국제적 마켓을 통해 다시 결부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쟁 후 ‘식’과 ‘농’의 발전의 방향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과정은 점차 전문화되고 세분화됐다. 그러나 이전에 여러 문제가 야기되는 가운데 21세기도 이러한 방향이 좋은 것일지가 문제가 되고 있어, 새로운 ‘식’과 ‘농’ 관계의 본연의 자세가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 것과 함께 여성농업인의 역할은 크다고 생각된다. 안전한 농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친환경농업을 경영하는 농업인, 농업의 다양한 가치를 살린 지역 만들기의 담당자, ‘농’을 근거로 한 ‘식’의 담당자, 더욱이 ‘식’과 ‘농’을 연결하는 사람의 역할은, 생산자이며 소비자임과 동시에 뛰어난 요리사이기도 한 여성농업인이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각지에서 이에 대한 실천 활동이 행해지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다.
1986년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우푸드 운동이 일본에 소개되면서 순식간에 큰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탈리아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닌, 일본에는 긴 역사에서 육성된 독자적인 ‘슬로우푸드 식탁’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지역풍토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정성스럽게 요리해왔다. 바꿔 말하면, 지산지소(地産地消)와 전통적인 식사를 중시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여성농업인의 활동과 일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야말로 지역을 둘러싼 ‘일본판 혹은 한국판 슬로우푸드’라고 할 수 있는 운동을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이 같은 힘이 오늘날의 여성농업인에게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 힘을 사회를 향해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여성농업인 스스로의 책임과 재량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소의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가족 또는 지역사회가 여성들이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발목을 잡아 능력발휘와 자기실현을 방해하고 있는 경우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것은 처음부터 남녀공동 참여에 의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말해주고 있다. 가족이나 지역사회가 여성의 능력발휘나 자기실현의 기반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여성농업인 조직, 다채로운 다양한 인재가 모이는 개방적인 네트워크형 조직으로서 멤버의 결집을 도모하면서 명확한 분업을 통해 멤버의 능력이나 의향을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실현됐을 때 식(食)문화의 원천인 로컬푸드와 그것을 유지하는 농업이 정말로 빛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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