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를 읽을 시간

뼈가 굳어가는 병에 걸린 그녀는
무허가 지압집 3층 계단을 오르며
자꾸만 나를 쳐다봤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신발을 신고
한 칸씩 계단을 오르는 그녀는
어디 가서 밥 먹고 오라고
숟가락을 입에 대는 시늉을 했다

 

정용주·(1962~ ) 2005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인디언 여자》, 산문집 《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 등이 있다.
*여기 아름다운 그림 한 점을 보자. 언어로 된 수채화 한 점. 보고 있자니 가슴이 짠해지는 풍경이 마치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있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여자는 지금 뼈가 굳어가는 병에 걸려 지압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그것을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신발을 신고”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저 여자를 자세히 보자. 투병 중인 자신보다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염려하고 있지 않은가. 치료를 받는 시간 동안, 그 기나긴 기다림의 고통을 알고 있다는 듯 “숟가락을 입에 대는 시늉을” 하며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고 한다. 밥을 먹지 않아도 저절로 배가 부른 밥이 아닐 수 없다. 이 처연한 밥!을 시인은 그저 담담하게 우리에게 보여줄 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시는 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고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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