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앤컬처아카데미 김수진 원장

한식 그릇담기와 상차림에 멋과 특징 못살려 세계화 지장
시어머니 밑에서 제철·명절음식 만들기, 접객요령 배워
음식감독 데뷔 후 광고·cF·홈쇼핑 출연 영역 넓혀

‘왕의 남자’ ‘쌍화점’ ‘식객’ 등의 영화에 국내 최초 음식감독1호로 데뷔, 활약중인 푸드앤컬처아카데미 김수진 원장을 만났다.
그는 6월22일부터 24일까지 일본 고베근교 오까야마에서 개최되는 ‘한국음식의 밤’ 행사에 초대되어 20일 출국을 앞둔 바쁜 가운데 귀한 시간을 내줬다.
김 원장의 한국음식 사랑과 음식감독으로서 애환과 활약에 얽힌 얘기를 들어봤다.

한식 상차리기 푸드스타일 개선 위해
교육사업 펼쳐

김 원장은 “한식은 여러 식재료의 특성을 살려 서로 궁합에 맞게 조리해내는 음식으로 영양이 풍부하고 약이 되는 음식입니다. 먹을 때 머리에서 약이 되는 느낌을 받는 철학이 담긴 음식입니다. 그러나 한식을 그릇에 눕혀 담거나 산봉우리처럼 봉긋하게 담아내 일본음식의 ‘아기자기함’과 프랑스음식의 ‘화려함’과 같은 멋과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한식에 대한 자랑과 함께 아쉬움도 표했다.
김 원장은 한식의 푸드스타일 개선을 위해 외국의 음식전시회를 자주 찾아 공부해 왔다며 푸드스타일 개선지도를 위해 2003년 푸드앤컬처아카데미를 개설, 운영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어서 한식 상차리기는 먹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감안, 아이와 어른을 구별하고 그들이 즐길 그릇에 담아내고 그릇의 공간여백을 살리고 구도의 아름다움과 식재료 원래의 재료 모습을 살려내도록 해야 된다고 강조 역설했다.

시어머니 밑에서 반가음식 만들기 배운 뒤
전문가로부터 7년 연수

김 원장은 한국음식은 궁중음식, 반가(斑家)음식, 향토음식, 대중음식의 4가지가 있다고 했다.
또, 김 원장은 궁중음식에 준하는 양반가정에서 해먹는 음식을 공부해 왔다고 했다.
김 원장이 한식연구에 몰두, 오늘의 위치와 역할을 하게 된 것은 5남매의 장남인 남편을 만나 반가음식만들기에 탁견과 지혜를 갖추었던 시어머니를 모신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24살에 시집을 간 김원장은 엄격한 시어머니 밑에서 장담그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평범한 가정주부셨지만 8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음식만드는 것을 좋아하시는데다 지혜가 많으셨어요. 특히 계절음식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매실철이면 매실장아찌, 매실주, 심지어는 매실식초를 담그는 것을 해마다 가르쳐 줬습니다. 그리고 설날, 추석, 대보름 등이 찾아오면 명절음식에 얽힌 의미와 조리법을 세밀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궁이불을 지피는 요령과 가마솥의 온도를 높이고 낮추는 조절방법, 상차리기, 손님 접객요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상세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김 원장이 오늘날 한식전문가, 교육강사, 음식감독과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된 것이 시어머니의 가르침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시어머니로부터 점화된 한국음식사랑의 열정은 반가음식의 대가인 고(故) 강인희 선생 휘하로 들어가 7년간 사사(師事)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7년 연수후 강선생 밑에서 함께 배웠던 동문들이 스승의 뜻을 이어가고자 ‘한국의 맛연구회’를 결성, 지금까지 한식연구에 매몰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음식의 세계화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푸드스타일 연구에도 손을 뻗치게 되었다고 했다.

‘왕의 남자’ 음식차리기 연출 자문 뒤
국내 최초 음식감독 데뷔

김 원장의 영화음식감독 데뷔는 우연이었지만 되새겨 보면 준비해 온 것이었다.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2005년 여름 저를 찾아왔습니다. 종전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을 모조품으로 만든 소품이었습니다. 이 감독은 왕이 광대에게 음식 한상을 차려주는데 광대들이 이 상을 받아 맛있게 먹는 장면을 제대로 연출해 보고 싶다며 실감나게 먹도록 음식 한상 차려 달라고 했습니다.”
김 원장은 왕이 내린 음식에 감격, 맛있게 먹을 음식의 식재료와 메뉴를 뭐로 할 것인지 며칠동안 고민했다. 출연배우 중 광대로 나서는 감우성의 캐릭터에 맞춰 닭다리를 뜯어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천민 광대로서 감격, 맛남, 기쁨 등을 잘 표출해 낼 것이라는 발상아래 닭찜을 쪄냈다.
김 원장은 닭찜의 온도를 뜨겁게 해 그 열기에 놀라 손동작 주춤하며 입에 넣었다 빼며 얼굴 뜨거움에 놀라는 모습을 자연스레 연출해 내게끔 음식 온도와 맛내기를 아주 면밀하게 준비했다. 즉 촬영에 딱 맞는 음식의 온도와 동선은 물론 크기까지 배우가 편하고 안정된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 했다.
그 결과 광대들의 닭다리 시식장면이 잘 표출되어 이 장면만 3분이란 긴 시간 담아내어 관객의 절찬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이때 전과 잡채도 함께 내놓았다.
음식 고유의 색감을 아름답고 예쁘게 담아 내 상에 올린 탓인지 이 음식 시식장면도 아주 잘 표현되었다고 한다. 이 작업을 마친 뒤 김 원장은 이준익 감독에게 자신을 음식감독으로 자막에 각인 소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영화제작진 중 촬영, 무술, 조명, 음악감독이 있듯이 김 원장 자신을 음식감독으로 예우해 줄 것을 제의, 음식감독으로 데뷔했다.
김 원장은 실감나는 식사장면 연출로 음식감독 초빙이 쇄도, 영화 ‘쌍화점’ 드라마 ‘식객’ 등의 작업에 참여했다. 뿐만이 아니라 광고 CF작업 연출에도 참여,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홈쇼핑방송 음식소개프로 연출참여도 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한식전시 연출을 통해 한식세계화 촉진에 활력증진과 역할증가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

외국인 체험연수교육 등
방송, 출판사업 참여에도 관심

김 원장은 푸드앤컬처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특히 외국인의 한식체험 실기교육 연수에 큰 기대를 걸고 이들의 연수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기자가 찾아간 날에는 강원도 소재 경동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식의 이해와 체험연수교육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김 원장은 최근 방송, 출판사업에도 참여해 한식세계화 촉진에 전도역할을 다 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한식의 멋, 맛, 아름다움과 철학이 담긴 교육사업개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진행에 몰두하고 있다.
즉 한식의 옷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릇개발, 테이블세팅, 예절까지도 아우르는 교과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 원장은 아카데미에서 불과 도보 2분여 거리의 경남 거창에서 놋그릇 공방을 운영하는 이경동 장인(匠人)을 설득, ‘놋그릇 가지런히’라는 전시실을 유치, 함께 한식그릇개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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