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 식물공장, 새로운 미래농업이 될 수 있나?

▲ 인성테크의 식물공장 모습.
에너지 과소비, 경제성 없어…설치 영농업체들 고전중

정부·지자체 앞다퉈 추진
융복합 원천기술 확보돼야

식물공장(Vertical Farm)이란, 토양을 이용하지 않고 통제된 시설공간에서 빛(LED, 형광등), 온도, 수분, 양분 등을 인공적으로 투입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시설을 말한다. 이 식물공장은 IT와 BT, 건축기술과 농업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최첨단 기술이 융복합화 된, 이른바 자동화 농업을 말한다.
식물공장에 관한 연구는, 유럽은 이미 1950년대에, 미국은 1960년대, 일본은 1974년에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는 2004년 농촌진흥청이 수평형 식물공장을 설치하고 2011년 수직형 식물공장을 완공했는데, 2010년 남극의 세종기지에 채소재배가 가능한 컨테이너 식물공장을 설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농진청 식물공장 연구 개발팀이 제시한 핵심기술은 다섯가지다. ①사막이나 바다, 극지 등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곳에나 설치가 가능해 장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②태양광 없이 형광등, LED, 고압나트륨등 등의 다양한 광원을 이용해 작물의 생육을 조절할 수 있다. ③각종 자동화 기술과 원격제어 등을 이용해 파종부터 수확까지 자동화 되어 있다. ④식물 생장에 필요한 양분을 선별 공급해 품질을 높이고 기능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⑤자유자재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식물재배가 가능하고 생육 속도와 수확기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작물을 연중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식물공장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높은 시설 설치비가 최대 걸림돌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의 식물공장 사업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식물공장 사업과 관련해서는 형태별로 크게 나누어 재배시스템 개발업체, 영농업체, 식품업체, 건설업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재배시스템 개발업체는 국내 보급용 소형 식물공장시스템과 해외 수출용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개발 생산중이나 식물공장 시설 설치비가 워낙에 높아 판매가 저조한 상황이다. 인성테크, 와이즈센싱, LG CNS 등 8개 업체가 개발 경쟁 중이다.
직접 작물(주로 엽채류)을 재배하고 있는 영농업체와 식품업체는 베지텍스, 리프레시 함양, 롯데, CJ, 현대그린푸드 등 10개 업체에 달한다. 그러나 재배기술 부족과 높은 시설비, 설치비 대비 낮은 수익성 문제 등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추진을 못하고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와같이 식물공장의 경제성이 크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올해부터 미래농업의 신성장동력인 식물공장을 지원하기 위해 첨단온실신축지원사업 예산 중 우선 30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그와는 별도로 올해 식물공장 사업에 시설원예 예산 1500억원 중 100억원을 따로 떼어내 할당하고, 이르면 이달 말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시범사업지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 식물공장은 지식경제부의 ‘LED농생명 융합기술 개발 및 산업화 지원사업’으로 2015년까지 국비 25억원 등 총 3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프로젝트다.
이에 고무돼 경기도는 “미래 농업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식물공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키로 하고 올해 시범사업에 참여할 대상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농식품부 주관 사업이다.

“과거 첨단유리온실사업 실패 거울삼아야”
이와같은 정부와 각 지자체의 ‘친환경 첨단농업시설 사업’ 즉 ‘식물공장’설립 추진계획을 놓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가톨릭농민회,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등 10개 농업인, 환경단체들이 지난 6월25일 모여 ‘식물공장 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식물공장, 새로운 농업의 대안이 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가졌다. 이들 얘기의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식물공장은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우리 농업의 정체성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예산과 에너지 투입으로 생산된 농산물이 과연 친환경인가?”(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 “식물공장은 지나치게 에너지 다소비적이며 경제성이 없다.”(신보연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정책위원장), “미래농업의 키워드는 기술고도화와 자본집약보다 지속가능성과 공정한 관계정립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신재은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과거 첨단유리온실 사업의 뼈아픈 실패를 거울삼아야 한다. 에너지를 최소화 하는 농법이 첨단농법이고 미래농업이다.”(최재관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농업농촌위원장).
그러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분명 식물공장은 IT-BT기술의 융복합화로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침체돼 있는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당성에 있어서 많은 리스크와 어려움을 안고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 일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시범사업 선행에 의한 성공모델 제시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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