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김동률 씨

▲ 4-H활동을 하다가 만난 아내 최희숙 씨와 체리 과원에서 사진촬영에 응한 김동률 씨.
농대 편입해 신소득작목 ‘체리’ 연구·재배
조직배양·육묘·생산 등 일괄시스템 구축

“돈 잘 버는 사업가가 돼 수익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꿈이었죠. 그래서 경영학을 전공했고요. 그러다가 대학 2학년 때 딸기농사를 하는 선배를 보면서 농사를 짓기로 마음을 바꿨어요.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농사를 보면서 가장 익숙한 분야였기도 했고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에서 체리농사를 짓는 김동률(29) 씨. 대전 목원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그가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될 쯤 눈에 들어온 작목이 바로 체리다. 부모님이 하시는 수도작이 아닌 특화된 작목으로 승부하고 싶었던 그는 대학 4학년을 목전에 둔 2007년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에 편입했다. 본격적인 농부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해외서 선진 재배기술 적극 도입
“농사를 짓겠다는 저에게 아버님은 관행농사가 아닌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작목을 택하라고 말씀하셨죠. 저와 생각이 같았던 거죠. 그런 아버님의 격려와 지지가 큰 힘이 됐어요.”
강원대 편입 후 김동률 씨는 ‘체리’ 연구에 몰입했다. 기존 농가들이 체리나무의 키가 커서 작업이 불편하고, 재식밀도가 높아 나무 생육에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체리나무를 수집해다가 이를 개량해 작은 키의 체리나무를 육성했다. 그가 개량한 나무는 보통 사람 키를 넘지 않을 정도다.
그는 2011년 미시령터널과 멀지 않은 곳에 13,200㎡(4천평)의 체리과원을 조성했다. 고성지역에서 처음 체리재배에 성공한 그는 일본과의 수출계약도 체결하고, 자체 묘목 생산을 위해 목본류로는 드물게 조직배양시설(330㎡)과 육묘하우스(660㎡)도 갖췄다. 묘 생산부터 체리재배에 이르는 일괄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오랜 전부터 조직배양기술과 재배기술을 익히기 위해 이 분야의 전문가며, 외국서적 등을 샅샅이 뒤졌어요. 아직 국내에는 전문기술서적이 태부족하고 기술적인 부분도 뒤떨어진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당시 초기에 제게 기술을 가르쳐준 분을 제 농장으로 아예 모셔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생산과 유통을 위해 농업회사법인도 설립했고요.”
현재는 체리 생산보다 묘목 생산·판매에 주력하고 있는데, 올해도 벌써 1억여 원의 묘목판매 예약을 받아놓은 상태다.

4-H회원들과 지역농업 발전 고민
한편, 강원대에 입학하면서 4-H에 가입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고성군4-H연합회장을 맡아 지역의 젊은 농업인력 발굴과 신소득 작목 보급을 위해 노력해왔다.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격주로 토론식 수업을 통해 어려운 농촌현실을 극복하고 고성농업 발전을 견인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주경야독하는 영농4-H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농업을 고민하고 정보를 나누면서 전문 마케팅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한국벤처농업대학도 다닌 그는 올해 초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농어촌청소년대상 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동률 씨는 지난해 강원도4-H연합회 부회장에 이어 현재는 강원도4-H연합회장과 한국4-H중앙연합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4-H활동 덕분에 강원도4-H연합회 간사일을 보던 아내 최희숙 씨를 만나 결혼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든든한 후원군인 아내를 만난 것이다. 젊은 농부를 취재하면서 농촌총각 장가가기 힘들다는 말은 영농4-H회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관광객에게서 1만원 뺏어야죠(?)”
짧은 연륜에도 나름 체리 재배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 그의 농장에는 전국 각지의 체리농가는 물론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으며, 귀농 희망자들의 전화문의도 쇄도한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조성한 4천평의 체리과원은 교육농장으로 만들고, 논 16,500㎡(5천평)을 메워 체리 생산만을 위한 별도의 과원을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너른 땅이 있으면 경남지역에 추가로 농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김 씨는 묘목 판매 후에도 사후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방 출장 중 자신의 묘목을 1그루라도 구입한 농가가 인근에 있으면 반드시 들러서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관리기술을 세심하게 알려준다고 그는 말한다.
“미시령을 넘는 관광객들의 주머니에서 돈 1만원을 뺏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체리농사를 짓고 있어요.(웃음) 강원도가 관광지다보니 유동인구가 많잖아요. 소비자들에게 나무를 분양할 계획도 갖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고정고객이 확보되겠죠. 그리고 최근 체리 붐이 일고 있는데, 체리 묘목 생산과 체리 생산 바람의 진원지가 바로 제 농장이 됐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죠.”
개인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지역농업 발전을 위한 계획도 세워놓고 있는 김동률 씨.
“고성군도 체리 재배를 장려하고 있어 우리 지역에 체리 재배농가가 늘어날 것 같아요. 이들 농가에 제가 가진 재배노하우를 적극 알려주고, 이들이 생산한 체리를 수매해 농가들이 판로 걱정 없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매출의 일부를 고성군 농업 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할 구상도 하고 있고요.”
고령화된 농촌에 젊은 패기로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김동률 씨의 승승장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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