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노학동 김경화 회원

▲ 속초시 노학동 김경화 회원
전화벨이 울리기에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가 뜬다.
원룸 임대를 하고 있는 나는 가끔 방을 구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 혹시나 하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 꽃 배달을 왔는데 댁의 위치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동생들’ 이라고 예쁘게 맨 리본의 양 갈래에 씌어져 있는 글씨가 더욱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내가 받으려 했더니 배달원은 많이 무거우니 자신이 갖다 드리겠다며 현관까지 들여다 놓아 준다.
꼭 한 달 전에 새벽버스를 타고 혼자 강릉으로 나가서 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를 치렀었다. 여러 대의 버스를 타고 온 군인들도 많았었고, 대부분이 젊은 친구들이었다. 학교 현관을 들어설 때 안내하는 분이 감독관이냐고 물었던 이유를 이해하겠다. 그들과 함께 종일 8과목의 시험을 치렀다.
깊은 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수험번호와 이름을 제대로 썼는지, 문제지에 연필로 답을 표시했던 것을 답안지에 옮기는 일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혹시라도 실수를 하게 되지나 않을지 최선을 다했다. 꼭 한 달 후인 5월 14일, 검정고시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230560’ 번호 옆에 ‘김경화’라는 내 이름석자가 분명히 적혀 있었다.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아~~”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사실 나는 어려운 형편에 중학교를 졸업한 후 정규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고 그 당시 강의록으로 혼자 공부를 하다 더 이상 공부하기가 어려워 중단하고 말았었다. 환갑이란 나이에 이제와 공부를 하려니 밤에 보는 글이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결과 고졸학력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평균점수 81.37. 여러 개의 자격증을 따기도 했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좋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혼자 너무 좋았으나 사실 부끄러워 동생에게만 살짝 문자를 했더니 바로 전화를 해, 태어나서 가장 좋은 소식이라고 울먹이며 말한다.
동생은 서울대학교를 나왔고 고대대학원과 연대대학원에서도 공부를 했었기에 늘 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있었던가 보다. 그리고는 조금 후에 꽃 배달이 왔다. 축하를 해 준다고 서울에서 저녁에 바로 내려와서 푸짐한 상을 주문해놓고 하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꽃으로 준비해 전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단다. 커다란 백자항아리에 양란이 잔뜩 피어난 꽃 배달이 온 것이다. 동생은 “내가 학교 다닐 때 누나가 학비를 댔으니 이번엔 내가 누나의 학비를 대신 내줄테니 내친 김에 대학에 가서 공부해 석사 박사까지 해 봐요.” 한다. 올케는 내가 수학이 어려웠었다고 했더니 조카애를 가정교사로 파견해 주겠다고 하며 격려를 한다.
“고맙다. 동생들아, 올케들아. 그리고 누이는 동생들을 늘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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