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기생충·기상이변·전자파 등 복합원인

▲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의 아몬드 농가 인근에 빈 벌통이 흉물스레 방치돼 있다.
미국에서 지난 겨울에 전체 꿀벌의 31%가 사라졌다고 뉴욕타임즈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겨울과 같이 꿀벌 개체가 급감하거나 기상이변이 일어나면 작물재배에 필요한 수분(꽃가루받이)작용이 불가능해 농업 대재앙이 벌어질 것이라 예고했다.
북미는 물론 최근 몇 년 새 유럽, 캐나다, 일본, 우리나라에서도 집단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기생충, 바이러스 농약, 기상악화 등이 꼽히고 있으며,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꿀벌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숨지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단순히 벌꿀 생산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유엔식량기구(FAO) 보고에 의하면 세계 식량작물 가운데 63%가 꿀벌의 수분작용으로 열매를 맺고 있는데, 이에 대한 피해는 가늠조차 어렵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을 방문했던 인사는 “아몬드 농장의 경우 꿀벌 없이는 농사가 불가능한데, 지난 겨울 집단 폐사한 뒤 빈 꿀벌 통이 아몬드 농장 인근에는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꿀벌이 사라지자 유럽연합(EU)은 꿀벌 보호를 위해 곤충에 해로운 ‘네오티코지노이드’ 계통의 살충제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캐나다 정부는 자연산 야생벌을 보존하기 위해 록키산에 위치한 요호(Yoho)국립공원 내에서는 휴대폰을 일체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한편, FAO에 따르면 전 세계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작물 중 71가지가 벌의 수분 덕분에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과수, 채소 등 16개 작물의 총 생산액인 12조4천억 원 중 48%인 5조9천800억 원이 꿀벌의 수분이 기여하는 가치로 평가되고 있으며, 양봉산물 생산액도 연간 4천억 원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 연 224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농촌진흥청 이명렬 잠사양봉소재과장은 “우리나라에서는 토종벌의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봉군관리기술을 접목해 종 증식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관련연구와 연구인원 강화는 물론, 대체 적과제 개발, 대농가 농약살포 계몽, 다양한 밀원식물 확충 등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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