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갑을 열고
농업인은 두툼해진 전대보며 흐뭇~

지난 5월 9일 아직 동도 트기 전 어스름 새벽 5시, 원주시내 원주교~봉평교 사이 원주천 둔치(8800여㎡) 주차장은 새벽장사를 준비하는 농업인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좌판을 펼치고 전날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들을 진열하는 농업인들은 오늘 하루 장사도 ‘대박’이기를 기원하며 소비자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아침안개도 가시지 않은 ‘원주 농업인 새벽시장’의 풍경.

소비자·농업인 모두 만족하는 win-win 장마당
원주농업인 새벽시장은 지난 1994년 개장해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어느덧 원주시의 대표 풍물로 자리 잡은 새벽시장은 지난해 매출액 87억 원(원주시 집계)을 달성하며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판매자인 농업인은 유통마진을 덜어낸 알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윈윈(win win) 장마당‘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지난 4월 20일 개장해 오는 12월 10일까지 236일간 열릴 예정이다.
농업인 원주시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새벽시장은 13개 읍ㆍ면ㆍ동 지역 426명의 회원농민들이 매일 오전 4~9시까지 직접 생산한 각종 신선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싼값으로 팔고 있다. 올해는 품질관리를 더욱 강화해 원주시농업기술센터와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수시로 농약잔류 검사를 실시해 적발되는 판매농가는 새벽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신선한 내고장 농작물 값까지 싸요”
해가 막 뜬 아침 6시경부터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원주시 신림리에 산다는 이삼순 씨는 “이 지역 농민들이 재배해 중국수입산 걱정 없고 몇 시간 전에 수확했으니 신선도 문제없는 농산물을 사러 새벽시장에 아침 운동 겸 거의 매일 오는데 하루의 즐거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가나안농군학교에 교육받으러 왔다가 마침 이날 시장을 견학 온 이디오피아 해외농업교육단은 통역자의 설명을 받아 적고 사진에 풍경을 담으며 즐거워했다.
원주농업인새벽시장은 직거래장터의 대표적 모범사례로 꼽힌다.
둔치주차장을 활용해 주차가 편하고 원주시내에서의 접근성도 수월하다. 하천변이라 산책이나 하이킹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띠는데 운동 겸 장보기 겸 나오는 주부들도 많다는 것이다. 조금 작기는 해도 깨끗하고 냄새가 전혀 없는 화장실에서는 클래식 음악까지 흘러나오는데 여느 백화점 화장실 못지않다.

올 매출액 90억 목표
이성섭 농업인새벽시장 회장은 “새벽시장은 처음에는 농업인들이 둔치주차장에서 자생적인 형태로 장사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쾌적한 장보기를 위해 주변청결과 화장실 위생 등 세심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친환경 농산물 품목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며 내년부터는 원주 푸드 인증 새벽시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성섭 회장은 "새벽시장은 도농교류의 대표적 사례로 원주의 명물 향토시장이 됐다. 올해도 하루 평균 1천명의 소비자가 찾아주시고 있어 매출액 9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장인터뷰 - 권은아 씨 (부론면·고구마재배)

 새벽시장에서 19년
“돈 많이 벌고 아이들 잘 키워냈죠”

부론면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는 권은아 씨는 이곳 새벽시장에서 19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새벽시장에서 돈 많이 벌었어요. 밤고구마와 고구마 순을 파는데 신선하고 맛있다고 찾아오시는 단골손님들이 많이 계세요. 아들딸 대학까지 보내고 잘 키워냈다고 생각해요. 새벽시장을 찾아주시는 고객님들 덕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권 씨는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싼 값에 사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아요. 새벽시장은 너무나 소중한우리의 일터지요.”
권 씨는 “밤고구마가 너무나 달고 속이 꽉 찼다”며 3kg들이 포장이 터질듯 고구마를 담아 “원래 만원인데 두 개 사시면 9천원에 드릴게요.”라고 해 기자의 지갑을 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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