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수박농사로 부농의 꿈 일구는 이명희 씨.
경북 고령군 우곡면 이명희씨 수박농장을 찾아

“친환경 수박농사로 고소득
경북생활개선회 위상 높일 터
농촌 고령농가에도 혜택을…”

30년 전만 해도 이명희씨(57)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교를 마친 발랄한 도시처녀였다. 그가 남편 박해동(60)씨와 결혼한 지 3년 만에 남편의 고향인 고령군 우곡면에 정착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이명희씨는 농사일에 재미를 붙이면서 이젠 어느덧 프로 여성농업인으로 성장했다.
요즘 그는 이곳 우곡면에서 남편과 함께 11,570㎡(3천5백 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친환경 수박농사를 하고 있다. 7월 중순경 수박농사가 끝나면 부부는 다시 단무지 무와 일반무를 4천평 정도 경작한다고 한다. 마침 취재중엔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선도농가로 활약해온 남편 박해동 씨도 만날 수 있었다. 우곡면 수박이 왜 맛 좋은지 물었더니 “우선 토질인 것 같아요. 이 지역은 사질토 토양이라 물빠짐도 좋고 일조량도 충분해 좋은 수박이 나옵니다.” 남편 박씨는 올해는 수박 값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요즘 경기를 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귀띔한다.

친환경은 기본이고 품질에 온 정성
두 부부는 친환경 수박농사를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친환경 약제와 비료, 각종 장비의 사용에도 무척 신경을 쓴다고. 제초를 위한 비닐 멀칭도 시설내에선 청비닐, 노지에선 흑비닐을 사용하고 미생물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영양제를 사용한다.
이젠 수박농사에서 달인의 경지에 오른 이명희 씨는 “수박 맛이 좋으려면 물과 기온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지역에선 지하암반수를 이용해 수박을 재배하고 있어서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 좋은 수박을 얻기 위한 비결에 대해 묻자 남편 박 씨는 “수박을 빨리 키우면 그만큼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수박의 크기와 품질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수박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고령군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박 씨는 정부가 농촌의 고령 농업인들에게도 충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 귀농한다고 하면 이것 저것 지원금도 주고 편의도 봐준다고 하는데, 그럼 지금까지 농촌에 살면서 많은 희생을 감수해온 고령농업인들에겐 왜 혜택을 주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두 부부는 일반수박 외에 씨없는 수박도 1,000평 정도 재배한다. 씨없는 수박을 만드는 관건은 다른 품종의 꽃가루를 수분시키는 ‘이종수분’ 작업이다. 이명희씨 부부는 오래전부터 벌을 이용한 수분작업을 해 왔지만 씨없는 수박에서만큼은 벌의 접근은 금물. 벌은 온갖 꽃가루를 다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이종수분’의 성공률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일일이 꽃가루를 인공수분시켜야 한다. 그만큼 인력이 더 들고 신경을 더 쓰지만 맛도 좋고 가격도 일반 수박보다 20% 더 받는다고 한다.

경북 생활개선회원 리더십 키울 터
이명희 씨는 30년전 이곳에 들어 온 뒤 처음 몇 해 동안 집안일이 정리되는 대로 도시에 나갈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 농촌의 일이 맘대로 되는가? 해가 지날수록 벌여 놓은 농사도 있고 자식들도 자라고, 지역사회의 대소사에 함께 참여하면서 농촌에 정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 그를 농촌에 더욱 애착이 가도록 해 준 것은 생활개선회였다고 한다. 생활개선회 활동을 통해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지역사회 활동과 세상에 대한 식견이 넓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면회, 군연합회를 거쳐 올해부터는 회원 1만2천명의 생활개선경상북도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남편의 배려와 도움이 없이는 생활개선회 활동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명희 씨는 올해 생활개선경북도연합회 회원들의 리더십을 키우는 일에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한다. “우리 회원들 모두가 농촌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하는 이명희 씨는 “회원들의 리더십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올해 카네기 교육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연합회가 국가 예산절약과 회관 건립을 위해 펼치고 있는 ‘10원동전 모으기 운동’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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