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에선 - 뉴질랜드 농업현장(16)
샤론은 목장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말을 타고 소떼를 몰기도 하고, 양몰이 개를 시켜 양떼를 모으기도 한다. 목책수리도 척척 해낼 뿐 아니라 양털을 깎아 내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양몰이 개를 훈련시키는 일도 샤론의 몫이다. 머릿결을 바람에 날리며 말을 몰아 언덕을 차고 오르는 모습에서 여장부의 기상을 읽을 수 있다. 어린 암소에 귀표를 하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여성에게는 약간 벅차 보이지만 솜씨는 능숙하다.
뉴질랜드 목장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샤론이 일하는 목장은 규모가 대단하다. 목장 초지가 500㏊에 달하고, 비육우가 300마리에 양떼가 3천마리나 된다. 그녀는 거기서 가축매니저로 일한다. 물론 이 농장은 샤론 아버지 소유다. 아버지는 이제는 은퇴할 나이로 그전에 하던 목장일을 샤론에게 맡긴 것이다. 샤론은 현재의 직책을 맡기 전에 고산지대에서 양치기 경험이 9년이나 돼 이미 가축을 다뤄 본 경험은 충분하다.
샤론은 농촌출신이지만 미술을 전공해서 젊었을 땐 도시에서 아티스트로 활약한 적도 있다. 그런데 30세에 돌연 진로를 바꾸어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컨트리걸’로 돌아왔다. 샤론의 목장일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버지이지만, 지역사회에서도 목장일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샤론이 여장부라 해도 목장에서 일하는 것이 벅찬 일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충복인 양몰이 개의 사료를 마련하기 위해 양을 주기적으로 잡아야 하는 작업이 그녀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또한 말을 능수능란하게 잘 다루지만, 사나운 말에 채여 병원신세를 진적도 있다. 그러나 아끼던 양몰이 개가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함께 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걸 보면 다정한 여성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바쁜 와중에서도 이제는 취미활동이 되어버린 그림 그리는 작업을 계속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배어있는 그림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자칫 무미건조해 보이는 컨트리걸의 생활이지만 섬세한 예술감각이 번득여서 풍요로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현재 샤론은 목장에서 가축 매니저로 일하지만 앞으로 농장경영 일도 배워서 당당한 목장주로 등극할 포부를 밝힌다. 뉴질랜드는 축산관련 전문학교를 지원하는 여학생들의 비율이 30~40%에 달한다고 전한다. 축산업에 종사하려는 여성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목장의 여장부 샤론의 사례를 살피면서 이곳이 세계 최초로 여성의 참정권이 부여된 나라임을 실감한다.
농촌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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