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에선 - 뉴질랜드 농업현장(16)

▲ 조병철 뉴질랜드 특파원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카이코라(Kaikoura) 지역은 전형적인 목장지대다. 여기에 샤론 차트(Sharon Chart)라는 여성 가축 매니저가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목장 일을 척척해내고 있어 화제다.
샤론은 목장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말을 타고 소떼를 몰기도 하고, 양몰이 개를 시켜 양떼를 모으기도 한다. 목책수리도 척척 해낼 뿐 아니라 양털을 깎아 내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양몰이 개를 훈련시키는 일도 샤론의 몫이다. 머릿결을 바람에 날리며 말을 몰아 언덕을 차고 오르는 모습에서 여장부의 기상을 읽을 수 있다. 어린 암소에 귀표를 하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여성에게는 약간 벅차 보이지만 솜씨는 능숙하다.
뉴질랜드 목장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샤론이 일하는 목장은 규모가 대단하다. 목장 초지가 500㏊에 달하고, 비육우가 300마리에 양떼가 3천마리나 된다. 그녀는 거기서 가축매니저로 일한다. 물론 이 농장은 샤론 아버지 소유다. 아버지는 이제는 은퇴할 나이로 그전에 하던 목장일을 샤론에게 맡긴 것이다. 샤론은 현재의 직책을 맡기 전에 고산지대에서 양치기 경험이 9년이나 돼 이미 가축을 다뤄 본 경험은 충분하다.
샤론은 농촌출신이지만 미술을 전공해서 젊었을 땐 도시에서 아티스트로 활약한 적도 있다. 그런데 30세에 돌연 진로를 바꾸어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컨트리걸’로 돌아왔다. 샤론의 목장일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버지이지만, 지역사회에서도 목장일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샤론이 여장부라 해도 목장에서 일하는 것이 벅찬 일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충복인 양몰이 개의 사료를 마련하기 위해 양을 주기적으로 잡아야 하는 작업이 그녀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또한 말을 능수능란하게 잘 다루지만, 사나운 말에 채여 병원신세를 진적도 있다. 그러나 아끼던 양몰이 개가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함께 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걸 보면 다정한 여성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바쁜 와중에서도 이제는 취미활동이 되어버린 그림 그리는 작업을 계속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배어있는 그림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자칫 무미건조해 보이는 컨트리걸의 생활이지만 섬세한 예술감각이 번득여서 풍요로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현재 샤론은 목장에서 가축 매니저로 일하지만 앞으로 농장경영 일도 배워서 당당한 목장주로 등극할 포부를 밝힌다. 뉴질랜드는 축산관련 전문학교를 지원하는 여학생들의 비율이 30~40%에 달한다고 전한다. 축산업에 종사하려는 여성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목장의 여장부 샤론의 사례를 살피면서 이곳이 세계 최초로 여성의 참정권이 부여된 나라임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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