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알고싶다

문명의 태동과 발전을 이끈 흙
흙은 인류문명의 태동과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 첫째가 흙은 농사를 짓게 되는 소재로서 인류문명 형성의 기반이 되고 있다. 둘째, 흙은 토기·토우·도자기·기와 등 생활용품과 예술품 제작의 귀중한 자재다. 셋째, 흙 속에 있는 미생물과 원적외선 등은 건강에 기여하며, 아이들의 흙놀이는 정서와 지능발달은 물론 면역체계까지 향상시킨다고 한다.
넷째, 황토 속의 여러 미생물들은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어 화장품과 의약품의 원료가 된다. 다섯째, 지각에 대부분 매장된 광물자원은 인류역사에서 산업혁명을 이끌었으며,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여섯째, 흙은 집을 짓는 재료로 이용돼 왔으며 생태건축의 주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흙은 또한 생명과 물질순환의 기반으로서 수질 정화와 수자원의 저장, 오염원 정화, 탄소저장 등을 통한 온난화 방지 등 다양한 역할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몸과 마음에 건강을 주는 흙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흙이 약으로 쓰인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480편의 사례를 통해 인류가 오래 전부터 흙을 먹는 풍습이 있었음을 제시했다. 동의보감에는 흙을 약으로 쓰는 18가지 처방이 소개돼 있으며, 황토물인 지장수(地漿水)는 다양한 미용과 건강 제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산업소재로 경제적 가치가 큰 흙
흙은 농작물 생산의 영역뿐만 아니라 의식주, 화장품과 의약품의 원료, 축제의 소재로 널리 활용되는 등 경제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항생제나 항암제 등 지금까지 알려진 생리활성물질의 약 70%가 토양에 사는 미생물인 방선균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충남 보령시는 머드축제를 통해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한편, 1996년부터 머드화장품을 비롯해 팩, 바디클린저, 화장품, 소득제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태안 바다황토축제, 평택 바람새마을, 당진 영전황토마을 등은 황토팩, 황토풀, 황토염색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관광과 연계해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흙의 생로병사
일반적으로 흙 1㎝가 생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0년 정도다. 자연스럽게 비옥해진 땅들은 문명의 발상지가 됐으나, 점차 인간이 지혜를 갖추게 되면서 농지를 확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사능, 쓰레기, 산업폐수 등의 각종 폐기물과 오염된 공기에 의한 산성비로 인해 토양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토양의 유실과 퇴화로 앞으로 농사에 이용될 표토(表土)의 이용기간이 약 6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비관적인 보고가 있다. 흙이 죽어가고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흙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흙사랑 국민운동이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
아울러 토양 오염을 줄이면서 토양의 지속적인 높은 생산성을 올리는데 필수적인 토양연구에 대한 투자와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도움말: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 이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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