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 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여성이라는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새 대통령을
적극 도와줄 것을 제안하고 싶다"

한 집안이 잘 되려면 누가 잘해야 될까? 얼핏 생각하기에는 가장의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고 보기 쉽다. 과연 그럴까? 부모님들의 능력이 뛰어나서 가정경제가 여유 있고 물질이 풍성해서 부족할 것이 없는 집이라고 해서 성공한 집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하나의 필요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 바로 성공을 이루었다고 평가받기는 힘들다. 식구가 돌아가면서 아프든지 사고가 나서 큰돈 쓸 일이 많아지면 상당한 수입이 있어봤자 밑 없는 시루에 물 붓기가 되고 말 것이다.
비단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온 가족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자신의 선 자리에서 할 일을 충실히 하면 그 것들이 모여서 그 집안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정이 되려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협력해서 일을 잘 해 나가야 한다. 부모님은 자녀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적절하게 그 필요를 채워주어야 한다. 군림하는 부모와 부모에 대한 신뢰가 없는 자녀들 사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절름발이 가정을 많이 보면서 살아간다. 부모는 세상에서 성공해도 자녀들은 죽을 쑤고 있거나 자녀들은 잘하고 있는데 부모들이 제대로 못해서 가정이 깨질 지경에 이르는 경우들 말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각의 맡은바 일을 잘하고 가장을 믿어서 힘을 실어주면 어려움을 딛고 가장이 우뚝 서서 결국은 화목하고 보기 좋은 가정으로 성공하는 예를 많이 볼 수 있듯이 나라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역사 반세기 최초로 여성 대통령의 역사적인 취임식을 가졌다. 이에 우리 국민의 각오가 남달라야 하고 특히 우리 여성들의 책임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새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꾸준히 가질 것을 주문하고 싶다. 왜냐하면 오랜 세월 동안 생활 속에 자리 잡은 가부장적 사고가 걸핏하면 밀고 올라오기 쉬울 테니 인내심을 갖고 여성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을 지켜보기 바란다는 뜻이다. 여성들에게 또 하나의 책임이 더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여성이라는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새 대통령을 적극 도와줄 것을 제안하고 싶어서이다.
모처럼 여성대통령을 뽑아 놓았으니 역시 여자가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드는 일에 우리 여성들이 앞장 서야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되나? 우선 여론이라는 냄비에 관심을 갖고 툭하면 들끓게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그 일에 여성들이 큰 힘을 보태자는 것이다. 잘하는 것은 칭찬하고 얼른 성과가 안 나오는 부분이 있어서 불평이 나오면 기다려 보자고 달램으로써 냄비에 섣불리 불을 붙이지 말자.
자녀교육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어머니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봄으로써 새로운 정책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자.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일을 모색해야 하지만 우선 덜 급한 지출을 좀 줄여서 실질적 소득을 높이는 노력을 시도해 보자. 팔자좋은 소리 하고 있다고 꾸짖을 분도 있겠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에게는 그래도 아끼고 줄일 구석이 많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조금 이웃에게 나누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자. 묵은 옷을 나누고 좀 여유 있는 음식들을 나누어 보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모여 국가경제에도 도움을 주리라는 소박한 확신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유효하다.
성공하는 여성대통령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도 쉽다. 그 방법은 알고 보면 아주 가까이에 있고 하찮은, 매우 작은 일 속에 있다. 사랑의 마음으로 새 대통령의 막중한 짐을 함께 나누고 웃으며 함께 걸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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