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호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처장

이 관 호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처장

가뭄대책, 단기 미봉책보다
장기적·항구적인 방향이어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일상화 되면서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더 이상 싼 가격에 식량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이 시점에서 주곡 생산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생산량 감소에 따른 쌀값 상승으로 인해 농업인의 소득 감소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는 연 강수량이 세계 평균치보다 높지만, 50∼60%가 여름에 집중되면서 홍수피해를 유발하고, 대부분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는 오히려 물이 부족하다. 특히 봄(3∼6월)에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벼농사 위주의 농업환경에서는 가뭄과 홍수에 대처하기 위한 범국가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실제 올해는 104년만의 가뭄으로 불릴 만큼 최악의 봄 가뭄이 발생해 모내기에 필요한 농업용수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가뭄으로 많은 농업인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추진한 농업용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이 완료된 지역은 충분한 저수량이 확보돼 큰 어려움 없이 가뭄을 이겨냈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110개 농업용 저수지를 대상으로 총 2조7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둑높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이 104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봄 가뭄을 겪으면서 비로소 그 효과를 입증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과정에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맞서며 많은 갈등을 일으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저수지를 개발에 적합한 부지를 찾기도 어렵고,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로 인해 번번이 그 시행이 벽에 부딪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저수지의 담수 능력을 제고하는 방식의 사업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추진 중인 농업용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해야 하며, 이와 별도로 지류지천에 위치한 저수지 둑높이기 사업 등 후속사업을 추가로 시행하는 등 농업용수, 하천 유지용수 등 추가적인 용수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가뭄은 주기적으로 우리나라의 농업용수 부족을 야기하고 있다.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응한 농어촌 용수관리 정책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농업인과 나아가 전 국민을 위한 필수 불가결의 정책이라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닌 것이 바로 그 때문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가뭄대책도 단기적 미봉책보다는 장기적이면서도 항구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은 정치적 다툼을 지양하고, 농업인과 전 국민에게 진정 도움을 주는 항구적인 가뭄 대책이 무엇일까에 대해 여야를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좀 더 신중한 접근과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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