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균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장

김 재 균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장

"농업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농경문화를
잘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무형문화유산은 그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잘 보존하고 활용해야 한다’.  2004년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박물관대회 서울총회에서 자크 페로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회장이 한 말이다.
굳이 이 언급이 없었다 하더라도 무형문화유산의 가치와 중요성은 이전부터 박물관계를 중심으로 조금씩 인식돼 왔다. 우리의 주변국들에서도 고유의 무형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이미 몇 년전에 조선족의 ‘농악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바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아리랑’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중이다. 북한도 최근에 ‘문화유산보호법’을 개정하여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에 포함시켜 문화정책의 일대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인식, 2001년 종묘제례를 시작으로 총 14개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여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무형문화유산 등재국이 됐다. 그러나 14개 중 농경과 관련된 무형문화유산은 거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강릉단오제와 한산모시짜기가 그나마 농경과 관련 있을 정도다. 이제 우리는 무형농경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5천년간 농업을 지켜온 농업국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곧 농업의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의식에는 뼛속까지 농업이 스며 있다. 언어와 풍습, 민속이 다 농업과 줄이 닿아 있다. 지금이야 산업화로 농업이 생활속에서 멀어지고 있고 그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중요성과 가치가 변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농업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농업이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명산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농업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농경문화를 잘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농경유물이나 농경민속자료, 생활도구 등 물질문화는 농업박물관을 비롯한 전국의 농경유물전시 시설 등을 통해 보존과 관리가 어느 정도 되고 있지만 무형농경문화유산은 상대적으로 보존이 허술한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의 농경문화는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사라졌다. 유형의 유산들은 산업화나 영농기계화 등으로 파괴되고 사라졌으며 무형의 유산들은 도시화로 우리 삶에서 지워져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지역에서 무형의 농경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존해야 할 무형농경문화유산에는 ‘두레’라는 것이 있다. 협동정신을 고취하고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 끈끈한 이웃정신이 두레사상이다. 오늘날 팍팍한 도시생활에서 오는 정신적 빈곤의 해법을 두레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두레정신은 우리가 어려울 때마다 하나로 뭉치게 하고 민족의 저력을 용솟음치게 한 원동력이었다.
무형농경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하다. 
머지않아 외국인 관광객 2천만, 3천만명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한국적인 무형의 농경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더 사라지기 전에 무형농경문화를 발굴하여 활용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무형농경문화 속에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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