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올해 노벨문학상은 중국 작가 모옌(莫言, 본명 管謨業, 1955~ )에게 돌아갔다. 중국 대륙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모옌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이름은 아니다. 198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바 있는 장이머우 감독의 ‘붉은 수수밭’의 원작소설인 ‘홍까오량(紅高染) 가족’의 작가로 소설 자체보다는 먼저 영화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저명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작가 자신의 고향마을을 배경으로 한 가족사와 민중항전사를 그려낸 이 영화의 장이머우 감독은 북경올림픽 개막행사 총감독을 맡았던 세계적 거장(巨匠)이며, 중국의 대표적인 여배우 공리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모옌은 지난 여름 만해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돼 백담사를 다녀가기도 했다.
모옌은 산둥성 까오미현의 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소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면서 소학교를 중퇴한 뒤 군에 입대하기 전인 20세까지 면유(棉油) 가공공장에서 일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1978년부터. 해방군예술학원 문학과와 베이징사범대·루쉰문학창작원에서 문학공부를 마친 뒤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주요작품으로는 ‘홍까오량가족’외에 ‘열세걸음’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 진다’ ‘인생은 고달파’(원제, 생사피로) ‘술의 나라(酒國)’ ‘환락’ 등이 있다.
그런 그의 여러작품 가운데서도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가장 주목이 된 소설은 최신작 ‘개구리’다. 모옌은 ‘개구리’에서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計劃生育)’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계획생육은 중국 정부가 인구억제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한가정 한 자녀 갖기’정책.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중국 정부는 “핏물이 강을 이룰지라도 초과 출산은 허락할 수 없다”며 강제집행에 나서 강제낙태를 둘러싼 부작용이 중국 곳곳에서 속출했고, 지금도 진행형의 비극으로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개구리’는 바로 이 계획생육의 실무자로서 농촌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임신부를 납치해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해야만 했던 한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다.
 처럼이나 모옌 소설의 불변의 주제는 인성(人性)이다. 그는 ‘개구리’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을 쓰는 것이며,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고 했다. 그가 본명인 관모예를 버리고 ‘글로만 뜻을 표할 뿐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모옌(莫言)’을 필명으로 삼고 있는 것은 냉철한 시사다. 작가는 오로지 입이 아닌 글로써만이 존재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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