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의 세계화’ 내 건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농촌여성·다문화이주여성·탈북여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 진행중

 출산·보육문제가  여성경력단절의 가장 큰 요인  
 정부·대기업에서 ‘모성보호기금’ 지원해야
‘한국농촌여성 발전 연구데이터’  개발도상국에 전수

“법·제도적으로는 여성의 지위가 과거보다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양성평등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출산·육아문제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다문화이주여성 문제, 북한이탈여성의 사회적 고립, 문화·사회적으로 소외된 농촌여성 등 아직도 여성의 문제는 곳곳에 산재해있습니다.”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63·사진)은 “특히 육아문제는 아직도 여성들의 문제로만 여겨지고 있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지 않고 육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이 적극 나서 ‘모성보호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최 원장을 만나 연구소의 활동 내용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제13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으로 취임한 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연구 분야내지 사업이 있다면?
제13대 원장으로 작년 8월에 부임했는데 어제가 취임 1주년이었다. 벌써 1년이 지나갔다. 선진국 수준의 성평등 사회를 이끌어가는 세계적인 여성정책 연구기관을 비전으로 성평등 국격 제고, 연구역량 강화, 경영시스템 개선 등을 전략방향으로 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제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 중 하나가 ‘연구원의 세계화’이다. 현재 연구원 국제개발협력팀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제교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작년에는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의 고위 공무원, NGO 활동가, 정치인 30여명을 초청하여 여성정책 개발을 위한 역량강화 워크숍을 2주간 진행하기도 하였다.
둘째로, 성별영향분석평가와 성인지예산제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원은 오랫동안 성 주류화 관련제도들의 효과적인 정착과 운영모델,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관련 연구에 매진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성인지예산제도가 시행되고, 성별영향분석평가법안을 만들고 법을 통과시키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분석평가에 필요한 지원을 위해 16개(예정)광역시도에 지정·운영하는 성별영향분석평가기관을 총괄하고, 중앙행정기관의 분석평가 업무를 지원하는 중앙성별영향분석평가기관으로 지정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셋째로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연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 후 많은 여성들의 실업뿐만 아니라 주택난, 사회보장문제 등을 겪을 것이라 예상되는 바, 탈북여성들은 역할자로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통일대비 다가올 여성정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간 연구원에서는 1991년 북한여성의 지위에 관한 연구 이후 북한연구 전담부서 없이 북한여성의 지위, 남북한 여성교류 활성화 방안 등을 연구해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연구원의 중장기적 추진계획은?
세계적 수준의 여성정책 연구기관을 비전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성평등 정책 연구, 성평등 연구 네트워크 허브 구축, 양질의 연구 환경 시스템 구축 등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해 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임기동안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사회통합 달성을 위한 다문화 이주여성과 북한이탈여성 관련 연구’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 이주여성과 북한이탈여성이 증가하면서 그들에 대한 수용성은 다문화사회에 공존과 차별개선에 긴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고립 탈피와 균형적 관계 형성 등을 핵심 정책과제로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직장과 육아에 대해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정책연구내지 제언을 한다면?
현재 한국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4.9%다. OECD 국가 평균(61.8%)에도 못 미치는 통계다. 지난해 경력단절여성 규모는 190만명이고 이 중 57%가 30대이다. 20대에 취직해 일을 잘하고 있다가도 30대에 결혼이나 출산으로 직장을 떠나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많이 고민되는 지점이다.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 일과 삶의 조화를 지원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육아기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방지와 다양한 고용형태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여성고용률 제고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원도 이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양성평등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정책은 그 틀과 영역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 발전하여 국제사회에서도 선진적인 정책추진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12년에는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본격 시행되고, 지방성인지 예산제도의 도입에 따라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아직 양성평등이 일반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체감되고 있는지는 물음표이다. 이 점은 여성정책을 연구하고 양성평등을 확산시키고자 노력하는 입장에서 늘 고민하는 지점이다. 향후 우리사회에서 여성정책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지속적인 점검과 개선, 홍보와 확산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다문화 이주여성에 대한 연구는?
우리 연구원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이주여성에 관한 일련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여성결혼이민자를 포함한 이주자 집단을 수용하는 한국인의 태도와 사회적 기반 등을 점검하고 총체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다민족·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 구축’ 연구(2008~2012), ‘남녀 결혼이민자 사회통합지표 개발 연구(2011)’ 등을 수행했고, 올해는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의 사각지대 대응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다.

농촌여성의 경우 도시여성에 비해 교육, 의료, 문화적 측면에서 많은 불이익을 경험한다. 어떤 정책대안이 마련되고 있는가?
농촌은 도시에 비해 교육, 의료, 문화시설이 부족하고 서비스도 취약하다. 또 가부장적 문화가 강해 주요 의사결정은 남자가, 마을축제 음식준비 등은 여자가 하는 등 성역할 구분이 남아 있다.
농촌으로 이주한 귀농·귀촌과 이주여성, 농촌여성이 성 역할 가치 갈등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농촌여성 정책은 농촌여성의 의사결정 권한을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해 각종 서비스 접근권을 제고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농촌에서 여성의 역량 개발과 활용이 더 중요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농촌여성들의 전통지식과 경험의 사업화가 활발해지고, 인터넷 활용으로 여성의 경영활동이 활성화 될 것이다. 도시여성, 결혼이주여성의 증가로 농촌의 가부장적 문화의 개선,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대될 것이라 본다. 여성정책연구원도 다양화된 농촌여성의 역량을 개발, 활용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연구를 강화할 것이다. 

TIP. 최금숙 원장은
지난해 제13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최금숙 원장은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가족법학회 부회장,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법무부 법무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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