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오 경 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진정어린 감사로
이웃에 있는 고마운 분들을
찾아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따뜻하게 함께 가는
성숙한 시민이 되어 보자. "

사람이 사는 동안 누구에겐가 많은 신세를 지면서 산다. 어려서는 부모님에게, 자라서는 함께 살아가는 동료와 이웃들에게 보이지 않는 도움을 받고 또 주어가면서 산다. 그래서 ‘사람인’의 한자(人) 모양이 서로 기대 선 모습이라지 않던가?
세상의 여러 가지 도움 중에서 으뜸을 친다면 목숨을 지켜 준 은인이 가장 소중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큰 신세는 별로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서 보통은 잊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6월6일을 현충일로 정하고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의 큰 뜻을 기리고 그 분들의 고마움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리는 일을 행사로 하고 있는 것이다. 
조그만 은혜는 기억해도 공기나 태양의 고마움은 잘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호국 영령들의 값진 희생은 이렇게 일깨우지 않으면 묻히고 잊혀지기 쉽기 때문이다. 전쟁은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하지만 특히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여성이 아닌가 한다.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수많은 청상들이 이제 이승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의 한숨과 피눈물로 길러낸 후손들이 이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키는 초석이 되었으니 그들 또한 순국한 그들의 남편 못지않은 애국자들인 셈이다. 우리는 그들의 눈물을 잘 닦아준 이웃이었는가? 한 번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국가를 지키는 군인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다. 모두 다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싸움터에 가기 싫어한다면 전쟁을 해 볼 필요도 없이 패전하고 말 것이다. 1950년 12월 장진호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전사자 12분의 유해가 62년만에 고국의 품에 안겼다. 이 분들은 다행히 미국이 북한과 함께 벌인 북한 땅에서의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의 결과로 고국의 품에 안기는 행운을 얻었지만, 아직도 우리 산야에는 수많은 국군 장병들이 소리 없이 묻혀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번에 돌아온 분들도 미군으로 치부되어 하와이 까지 갔다가 유전자 감식을 거쳐 확인 받고 돌아온 것이다.
우리는 62년이 되었는데도 그날의 전쟁 악몽에서 깨어나기 힘든 현실을 염려하고 가슴아파하는 가엾은 민족이다. 우리가 아무리 발전했어도 그 그늘과 설움은 쉽게 던져 버리기 힘들다. 우리가 통일을 이루지 않는 한 안고 가야 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다. 천안함 같은 엄청난 비극이 언제 우리를 또 덮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살고 있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상상이라고 일축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니다. 그것이 우리의 현주소인 것을 똑바로 알고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떤 시련을 겪을지 모르는 휴전국가의 국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종전국이 아님을 잊지 않고 방심 없이 철통같은 안보의식으로 우리를 굳게 지킬 때만 우리는 안전할 수 있는 것이다. 평화는 강력한 방비를 근거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허술한 방비는 평화의 지름길이 아니라 전쟁의 지름길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전쟁을 겪은 세대의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불행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음을 상기 시키는 바이다.
이제 우리는 마음으로부터의 진정한 보훈의 달을 보내보자. 진정어린 감사로 이웃에 있는 고마운 분들을 찾아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따뜻하게 함께 가는 성숙한 시민이 되어 보자.
6월은 들판의 모가 푸르게 자라는 희망의 계절이 아니더냐. 조국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나라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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