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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으며 마음껏 토로했다. 윤순강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장(앞줄 남자) 등 관계자와 참석자들이 ‘밝은 다문화’사회를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쳤다.>

 

농진청 ‘다문화연구 현장의견 수렴간담회’ 개최

시댁 지나치게 가부장적…한국 적응기회 막는다
남편·시부모 함께 배울 수 있는 ‘다문화대학’ 있었으면
결혼이주여성도 한국사회와 스스럼없이 어울려야

급기야 울음을 터뜨린다. 한국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이날 참석자들이라지만 답답하고 서운한 것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지난 3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3층 강당에서 개최된 ‘다문화연구 현장의견 수렴간담회’.
관계자와 다문화결혼이주여성, 생활개선회원 등 40여명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다문화정책 ▷문화차이에서 오는 시댁식구들과의 갈등이 집중 토로됐다.

외출 금지!…나가야 배우죠
“도대체 바깥에 나가지를 못하게 한다. 오늘 여기 참석한 사람들은 시댁에서 엄청나게 배려해 주는 경우죠.”(정읍 김사랑·베트남)
“어느 정도 외부활동을 해야 한국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데 시어머니와 남편이 (결혼이주여성의) 외출하는 것을 싫어해, 센터나 기관에서 하는 교육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정읍 응웬티하이·베트남)
이날 참석한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우즈베키스탄, 라오스, 인도에서 온 결혼이민여성들과 이들의 멘토를 맡고 있는 생활개선회원들은 한결같이 한국가정의 지나친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다문화여성에 대한 교육과 병행해 한국 시부모·남편을 대상으로 한 의식변화교육을 통해 아내(며느리)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차이에 따른 갈등도 언급됐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2,3세면 젖을 떼지만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는 6,7세까지 젖을 먹이곤 하죠. 시어머니들이 도저히 이해를 못하시더라고요. 그만 먹이고 그 시간에 일하라고 하실 때는 얼마나 서운하던지...”(함안 부이김훼·캄보디아)
경북 영천의 서명숙씨는 “다문화대학을 만들어 다문화가정 남편과 아내가 함께 배우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씨는 이어 “솔직히 말하면 결혼이주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자는 대부분 사회적으로 다소 처지는(?)계층 인 것이 사실”이라며 민감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인문적 교육차원에서도 필요한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

한국말…엄마가 아이에게 배우는 꼴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엄마를 무시하기 시작해요. 어눌한 말 때문에 놀림을 당하면서, 집에 오면 (한국말을) 잘 못하는 엄마를 보며, (자기가 어눌한 것이) 엄마 때문이라고 원망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진학을 하면 엄마와 아이의 한국말언어구사능력은 완전히 역전된다.
순창에서 온 신영해 씨는 “아이들은 엄마에게 말을 배워나가게 마련인데, 다문화여성들은 아이 언어교육에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아이들이 진학 때까지 말을 제대로 못해 지적장애문제까지 발생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관계자가 한국어방문교육제도를 언급하자 “방문교육선생님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데, 그때는 우리가 들에 나가 일하는 시간”이라며 “교육시스템이 현장상황과 맞지 않아 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번기나 일과시간 이후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이김훼 씨는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이런(언어에 따른 갈등) 문제가 더 심해진다. 엄마를 왕따시키는 거다. 아이마저 엄마를 미워하면 우리는 섬에 갇혀 사는 기분”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문경에서 온 황지연 씨는 “거주 지역별로 출신국, 남편과의 연령차, 언어수준 등 세밀한 데이터가 먼저 나와야한다.”며 “때우기 식 정책집행, 보여주기 식 행사 같은 교육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내가 따야 할 열매’…적극적 자세 필요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고, 모르면 물어보고, 동네 어르신 도와드리고...그냥 먼저 다가서니까 어느덧 똑같은 일원이 됐고, 마을의 중한 일까지 맡게 됐네요.”
중국 출신으로 경북 영천에서 마을이장까지 맡고 있는 조만숙 씨는 결혼이주여성의 적극적 사회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늦게 시집 온 다문화여성들에게 영농생활에 많은 조언을 주고 있다.
순창고추장제조기능인으로 우리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일본출신 우에모토 야스키 씨도 같은 주문을 한다. “한국사회에서 한국인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어차피 내가 따야할 열매”라며 “절대 소외감을 갖지 말고, 언어 문화 풍습 등 ‘내 나라 것’이라는 인식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사랑 씨는 “베트남 딸기 수박 씨앗을 나눠주며 친해졌다.”며 마을주민들과 친해진 계기를 전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그 동안 한국생활에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이야기하며 울고, 웃었고 무거워질 수 있는 간담회를 수다(?)처럼 풀면서 다소나마 위안을 느끼는 듯 했다.
그러나 아직도 다문화가족 결혼이주여성들의 모습은 여수에 서 온 손춘희 씨의 말처럼 “예쁘지만, 어둡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다.

■  미니인터뷰

안옥선 과장(농진청 농촌환경자원과)결혼이민자들은 축소돼 가는 농촌, 초고령화 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우리나라 농촌의 젊은 피들이다. 그들의 성공과 안정적인 정착은 농촌GDP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래농촌사회의 중요한 키를 이들이 잡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민자들의 안정적 농촌 정착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지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계속 이민여성농업인들의 현장의 소리에 귀기울여 다문화연구방향을 수정 보완해 나가겠다.

 

 

양순미 연구사(농진청 농촌환경자원과)

 

다문화농가는 대부분 소규모 농가로 영농교육의 사각현장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다.
농림수산식품부 5대 다문화 정책과제, 농촌다문화가족의 자립기반 구축 방안 연구, 다문화가족이 농촌사회에 미치는 영향 평가, 농촌생활가이드북 등을 연구하거나 발간하면서 농촌다문화가정의 자립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꼈다.
이런 차원에서 결혼이민자가 출신국의 아열대작물을 활용(재배, 판매, 다문화 먹거리장터 등)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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