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오 경 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자연을 벗 삼고
호연지기를 키우는
인성교육을 되찾아오지
않고서는 어떤 대책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 "

만산에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 우리의 눈을 환하게 밝혀주고 마음까지 들뜨게 하는 봄이 무르녹는 이 좋은 계절에 또 가슴 아픈 비보는 연일 신문을 강타하고 있다. 성폭행, 토막살인, 노인들의 시비 끝 절명, 노부부의 기막힌 종말… 이루 다 입에 담기도 싫고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다. 그 뒤를 이어 중학생이 또 학교폭력에 시달려 자신의 집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버린 소식은 우리를 또 한 번 휘청거리게 만드는 KO 펀치다.
왜 우리가 여기까지 와야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아프겠지만 우선 내 아이가 문제의 발단은 아닐까 하는 전제로 겸손히 문제를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충고에 우리는 낮은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오늘날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학교에서 힘 센 아이들에 의한 괴롭힘이나 따돌림 같은 것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정도가 도를 완전히 넘어 버린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아야 한다는데 우리의 깊은 고민이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살벌해 졌을까? 그들의 행태를 보라, 아이들의 수준이 아니다. 어른 세계의 조폭 수준이라는데 문제의 근원이 있는 것 아닌가? 그 원인을 찾아야 처방이 나올 것은 뻔한 이치이다. 아이들이 어른을 보고 닮은 것이다. 결국 어른의 책임이다.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세상이 살벌해 지니까 아이들끼리의 치기어린 일탈행동 까지도 살벌해진 것이다. 아이들에게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교육과정을 바꾸고, 음악 등 정서교육은 시간을 대폭 줄이거나 없애 버리는 수준으로 만들고, 시험의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하루하루를 칼날 위에 선 기분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섬뜩할 정도로 아이들은 메말라져 버린 것이다.
자연을 벗 삼고 호연지기를 키우는 인성교육을 되찾아오지 않고서는 어떤 대책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 핵가족으로 오롯이 엄마, 아빠, 한 둘 밖에 없는 친 형제 자매, 이들 만이 가족이고 조부모도 가족이 아닌 줄 알게 만들어 버린 상항에서 아이들에게 무슨 인간애를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극도의 이기주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다. 가슴 아픈 것은 가슴 아픈 것이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구분해서 가르칠 용기가 필요하다.
도시의 각박함에서 한 발 비켜 서 있는 농촌에서 아이들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큰 행운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농촌 가족들은 그 이점을 살려 아이들을 마음껏 진정 사람으로 키우는 일에 보람과 자긍심을 갖고 그 비결을 도시에 전수 시키는 귀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귀농 귀촌처럼 뿌리를 아예 뽑아서 생활터전을 옮기는 일 말고도 주말 농촌 체험 프로그램 같은 것을 마을과 고장의 특색을 살려 만들어서 도시의 병든 마음들을 불러 들여 도농간 소통도 하고 세상을 조화롭고 부드럽게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사업을 벌여보면 어떨까? 도시 아낙의 철부지 같은 발상이라고 밀어놓지 말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도시고 농촌이고 다 함께 잘 살지 못하면 우리 모두 불행해 질 테니까 말이다.
봄꽃도 같이 보고 녹음도, 단풍도 함께 즐기면 겨울의 눈밭처럼 온 세상이 하얗게 깨끗해 질 것 아닌가?
산과 들을 마음껏 뛰노는 농촌의 교육으로 도시아이의 병을 고쳐보자. 신록이 우리 귀한 새싹들의 만병통치약이 되어줄지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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