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

장 태 평
한국마사회 회장

윷놀이를 할 때 말을 사용하여 게임을 진행한다. 윷이라 불리는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막대 네 개를 던져 뒤집히거나 엎어진 모양에 따라 윷 판 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옮기는 것이 ‘말’이다. 실제 말 모양으로 생기지는 않았지만 예부터 이를 꾸준히 말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놀이 뿐 아니라 말은 구전되는 이야기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분주한 한해 농사가 마무리되고 긴 겨울밤이 찾아오면 선조들은 아랫목에 자리 잡고 온갖 ‘전설’과 ‘설화’의 이야기꽃을 피웠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재에 올랐던 원님이 말과 함께 우스꽝스럽게 미끄러졌다’는 ‘말궁구리’ 설화가 있고,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을 가리키며 ‘개발에 편자’로 비유하기도 했다. 허둥대는 경우를 보며 “말 태우고 버선 깁는다.”로 묘사했다. 옛 서민들의 이야기 속에서 말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말이 사람들과 가깝게 지냈음을 알 수 있다.
말은 예부터 그 기능과 가치가 가축 중에서 으뜸이었다. 그 때문에 고사성어와 속담에서 중요한 것, 귀한 것의 의미로 말이 자주 등장했다. “말궤기론 떼 살아도 쉐궤기론 떼 못 산다.”는 얘기는 소화 잘되는 말고기와 속을 거북하게 하는 소고기를 비교해 말고기가 식용으로 더 좋다는 것을 나타낸다. “말 갈 데 소 간다.”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열심히 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처럼 유용한 가축으로 꼽히던 개나 소가 말과 비교당하면 순식간에 초라한 존재가 된다. 말은 다른 가축들과 비교해서 귀족적이고 월등한 가축으로 비유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옛 격언에 말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사람과 가깝게 지낸 까닭도 있겠지만, 사람과 비교될 만큼 영특하고 귀한 존재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토록 말이 귀했을까. 말은 탈것이 없던 옛 시절에 든든한 이동수단의 역할을 했고 식용으로도 맛이 으뜸이었다. 특히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말 한 마리의 가치가 노비 두세 명과 비슷했다고 하니 그 가치는 알만하다.
하지만 지금의 말(語)에서는 말(馬)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말(馬)이 삶의 영향권에 가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도 말의 문화가 생활에 깊숙이 배어 있는 서양의 문화를 보면서, 말과 함께 대륙을 호령하던 웅혼한 기마민족 정신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쉽기 짝이 없다. 말은 우리 삶에 매우 유익한 동물이다. 말은 레저용, 관상용 등으로 경제적으로나 유희적으로 도움을 준다. 죽어서도 뼈, 기름 등의 부산물로 사람들에게 유익을 베푼다. 우수한 씨수말의 정액 한 방울은 다이아몬드 1캐럿(carat)에 맞먹는다고 하니, 말의 현재 가치는 과거의 가치 그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레저용, 식용, 치료용 등 다양한 소재로 활용하게 된다면, 말은 농가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소득원으로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승마는 청소년 학교 폭력문제 해결과 게임에 몰입된 아동을 위한 치료수단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산업육성법>이 시행되면서 말 산업 발전의 바탕이 마련됐다. 2012년은 말 산업 시대를 활짝 여는 엔진을 본격 가동시켰다. 말산업 발전은 FTA 시대를 맞아 소득원의 한계를 맞은 농촌에 희망을 주고 국민소득 증대에 따른 레저수요의 증가에 부응하게 될 것이다.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인 호이징어(Heusinger)는 문화의 기원을 놀이로 보고 자신의 저서에서 인간을 호모루덴스(homo ludens), 유희의 인간으로 정의하였다. 즉, 즐기다 보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커지면 산업이 되는 것이다. 현대는 모든 산업이 문화와 접목하여 고부가가치화 되고 있다. 2012년에는 말산업의 기반이 확고히 서는 의미있는 해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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