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

통일 대비한 북한학 반드시 필요

요즘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다.
지난 12월 19일 북한의 최고통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전파를 탄 후, 향후 동북아와 한반도의 정세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김용현 교수의 전화벨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에서 최초로 북한학을 개설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김 교수의 북한의 정서 전망과 북한학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은 죽은 김정일의 통치
지난 12월 17일 북한최고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발표시각은 사망 후 50시간이 지난 19일 정오. 무슨 까닭일까?
김 교수는 "김정일은 자기가 죽은 후, 군 체제와 관련해 현재와 다름이 없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북한은 김정일의 사망소식을 발표하기 까지 이틀간의 시간을 벌면서 내부적인 회의를 마쳤을 것이고, 분명 나름대로의 대책 마련을 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29세 약관의 김정은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죽었지만, 김정일(의 영향력)을 빌려서 통치하는 이른바 유훈통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김정일은 3년 상 기간 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김일성의 후광을 이용한 유훈통치를 한 것처럼 김정은도 사망한 아버지 그늘 아래서 장성택 등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권력 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정일이 추진했던 외교정책이나 선군정치 등은 그대로 답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정은에 대한 수많은 증언들은 한 결 같이 그가 ‘지기 싫어하는 승부사적 기질’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정은의 이런 성격으로 인해 한반도가 긴장국면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다.
김 교수는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김정은이 핵실험 직전단계까지 핵 위기를 높이며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김정은은 당분간 김정일 유훈체제로 갈 것이며, 급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김 교수는 전망했다.>

북한체제 약한 구조 아냐
문상객들을 맞는 김정은의 모습은 벌써 북한의 최고통치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과 군의 원로들, 김정일의 네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 조차 김정은에게 90도 가까운 ‘복종’의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고통치자로서의 김정은의 위상과 정통성은 부각시키되 당분간은 장성택 김경희 리영호 최룡해 등 후견인이 떠받치는 집단 지도체제가 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제제가 좀 느슨하진 않을까? 혹시 장성택 등이 권력을 탐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이 체제가 결코 약한 구조는 아닐 것이다. 이미 김정일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다져 놓았기 때문이다. 군부도 이미 김정은 측근인 리영호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됐다. 때문에 군부가 별도 세력을 구축해 김정은 체제를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강성대국 꿈 이룰까?
2012년은 김정일이 강조하던 ‘강성대국 원년의 해“다.
그는 2012년을 불과 보름 남짓 남겨놓고 급서하고 말았다. 어떻게 될까?
“김정일 사망으로 '화려한' 강성대국은 현실성이 낮아졌다. 대신 추모 분위기 속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며 경제적 윤택함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상황 개선 속도가 더디면 군사ㆍ사상적 사회주의를 강화할 것이다.”
북한사회가 급속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까?
김 교수는 “북한 체제의 근본을 흔드는 급변 사태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만한 대체 세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최대우방인 중국이 그런 상황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급격한 변화에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김 교수는 향후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특히 안보분야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고, 주변국들과 관계, 특히 미국과의 정보 공유,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라고 주문했다.

북한학 꼭 필요한 학문
1994년 동국대학교는 국내최초로 북한학과를 개설하면서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의 한반도의 미래를 대비하는 학문의 최첨병을 자임했다.
하지만 올해 동 학과의 폐지방침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김 교수는 “북한학은 통일을 대비한 북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학문”이라며 “아직 대한민국은 통일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이 북한에 대해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또 “과거 독일 통일 때 서독 학자들이 동독에 대한 연구를 했으나 그 수가 적어 통일 후 많은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했다”며 “이를 교훈삼아 북한에 대한 연구를 한다면 앞으로 발생할 다양한 문제들에 있어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학과는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심도 있는 조사와 분석을 내놓으며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가 진행되던 지난 20일 동국대학교는 북한학과의 현행유지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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