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미국주재 대기자

동 열 모
미국주재 대기자

지난 8월 15일, 이곳 서북미 지역 교민이 운영하는 ‘KOAM-TV 방송국’ 공개홀에서 200여명의 동포가 모인 가운데 광복절 경축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교민 단체 임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참석자들을 상대로 미 연방 의회 의원들에게 ‘한미 FTA’를 조속히 비준하도록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을 받느라고 동분서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LA나 뉴욕, 워싱턴DC, 시카고 등지에서도 있었다. 
이미 알려진대로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가 2003년 8월에 국가전략 사업으로 서둘렀으나 미국 측 열의가 부족해서 지지부진했다. 그러다가 2007년 4월 타결을 보는 듯 했으나 자동차에 대한 관세문제로 인해 벽에 부딪치기도 하다가 6월 30일에 겨우 타결되었다. 그러나 국회의 비준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계속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금년에 들어서서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연방 의회에서 어렵사리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 기상천외의 일이 터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하고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있는 천정배 의원이 미국의 의회 전문지에 “한미 FTA는 한미 두 나라를 망하게 하니 비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기고했다. 교포사회가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안간 힘을 경주하고 있을 때 ‘한미FTA’의 직접 당사국의 국회의원이 자기 나라에 유익한 협정을 이렇게 방해한 것이다. 자원이 부족해서 대외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한미FTA’가 성사되면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한미 간의 동맹관계가 한층 다져지는 동시 양국 간에 문화교류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져 여러 측면에서 국익에 지대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 기대되는데 이러한 일이 벌어졌으니 교포사회는 당황할 뿐이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한미 FTA’가 이명박 대통령이 국빈자격으로 도착하기 전날인 지난 10월 12일(한국 시간으로는 10월 13일)에 상하 양원에서 비준되었다. 이날 하원에서는 찬성 278표, 반대 151표, 상원에서는 찬성 83표, 반대 15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했으니 워싱턴 DC의 정치판이 부러울 뿐이다.
차제에 ‘FTA’의 본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과학의 발달로 교통과 운송수단이 편리해지면서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낱말이 생길 정도로 가까운 이웃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촌의 여러나라는 편리한 운송수단을 이용해서 서로 필요한 물품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자유무역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우루과이 라운드’였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세계 많은 나라가 동시에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 무역협정’인데, 많은 나라가 동참하다 보니 국가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결국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다자간 협정 대신에 이해관계 조정이 쉬운 양자간  협정으로 바뀐 것이 이른바 오늘의 FTA(Free Trade Agreement)인 것이다. 
‘FTA’는 이렇게 당사국 두 나라가 서로 필요로 하는 원자재나 상품을 자유롭게 팔고 살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에 각국은 ‘FTA’를 서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은 이미 ‘한-칠레 FTA’, ‘한-아시안 FTA’, ‘한-인도 FTA’, ‘한-EU FTA’를 체결했다. 이제 ‘한미 FTA’까지 체결되면 한국은 FTA로 얻어진 ‘경제 영토’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가 될 것이다. 
무릇 모든 정책은 대소를 막론하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내포하고 이해득실이 엇갈리기 마련이다. ‘한미 FTA’의 경우도 미국은 미국대로 부문 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릴 것이며, 우리 한국은 농업 부문이나 군소 제조업 부문에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의회는 부문 간에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결국 표결로 조용히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한국 국회에서는 이번에도 또다시 소란스러울 것이 예견된다. 한국의 정치판은 항상 ‘협상’이나 ‘타협’은 없고 오직 욕설과 몸싸움만 있으니 국민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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